꿈에 도달한 전광인 스파이크… 세판으로 끝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현대캐피탈 4번째 우승컵
첫 챔프반지 전광인 최우수선수, 무릎 통증 잊고 하늘 향해 포효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26일 열린 대한항공과의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하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2년 전 최연소 우승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최 감독은 2년 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천안=뉴시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26일 열린 대한항공과의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하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2년 전 최연소 우승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최 감독은 2년 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천안=뉴시스
‘목표를 꿈꾸지 말고 꿈꾸는 목표를 살아라.’

이 말보다 현대캐피탈 전광인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이 있을까. 어택라인 뒤에서부터 날아들어 속도를 실어 때리는 전광인의 스파이크는 상대 진영을 날카롭게 갈랐고, 그때마다 현대캐피탈의 사기는 하늘 끝까지 뻗쳤다. 그는 이날 스파이크, 블로킹 등 공 스무 개를 상대 코트에 꽂았다. 그리고 전광인은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자기 손 끝으로 이뤄내며 “우승하고 싶어 왔다”는 말을 지켜냈다.

현대캐피탈이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8∼2019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3-1(25-20, 30-32, 25-19, 25-20)로 꺾고 3연승으로 2017년 이후 2년 만에 왕좌에 복귀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무리했던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를 2연승으로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이번 시즌 ‘난공불락’ 팀으로 꼽혔던 대한항공까지 3연승으로 무너뜨렸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거친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한 경기도 지지 않고 우승한 해는 2007년(현대캐피탈), 2011년(삼성화재), 2015년(OK저축은행)뿐이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남자부 징크스는 올해도 이어졌다.

무릎에 물이 찬 상태에서도 이를 악물고 뛴 전광인의 투혼은 ‘수훈갑’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경기 중에도 진통제를 맞아가며 코트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그는 ‘언제 아팠냐’는 듯 펄펄 날았다. 그리고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그 아팠던 무릎이 아픈 줄도 모른 채 코트에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더 이상 닦지 않아도 되는 땀과 눈물이 코트에 뚝뚝 떨어졌다.

전광인 외에도 우승컵을 코앞에 둔 현대 선수들은 누구 한 명 모자라지 않게 활약했다. 1, 2차전 때 허리 통증으로 제대로 뛸 수 없었던 파다르가 이날은 모든 세트에 선발로 나서며 23점을 올렸다. 리시브가 불안할 때마다 나서서 공격을 성공시키며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77.77%의 경이적인 공격성공률을 보인 신영석과 문성민도 각각 13점씩을 보태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세터 이승원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대한항공 정규리그 우승 주역인 한선수에게 뒤지지 않는 활약을 선보였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블로킹과 서브에이스로 득점(2점)까지 올리며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최 감독은 “플레잉코치 여오현과 함께 이승원을 제 마음속 MVP로 뽑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전급으로 활약한 허수봉(5점)의 눈부신 성장과 신인 세터 이원중의 발견도 현대캐피탈이 거둔 수확이다.

우승을 놓치긴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대한항공의 투지는 원정 경기장에서도 배구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시즌 내내 제 실력을 내지 못했던 용병 가스파리니의 부진 중에서도 대한항공 토종 선수들은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명승부를 펼쳤다. 경기 직후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현대캐피탈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축하하는 신사도도 선보였다. 3년째 이어지는 두 팀의 챔프전 맞대결에 천안 배구팬들은 경기 후 원정팀 선수들을 향해서도 “대∼한항공”을 연호하며 박수를 쏟아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우승팀이 어디든 간에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모든 선수들의 승리이자 배구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천안=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현대캐피탈#전광인#최태웅 감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