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길 돌아서 온 SK… “꽃필 일만 남았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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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훈-강지광 불펜 희망으로 개막 2연전 나란히 데뷔 첫 승

2009년 데뷔 이후 투수와 타자를 오가며 험난한 커리어를 이어온 SK 투수 하재훈(오른쪽)과 강지광은 SK의 개막 2연전에서 나란히 데뷔 후 첫 승리를 기록하며 SK 필승조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09년 데뷔 이후 투수와 타자를 오가며 험난한 커리어를 이어온 SK 투수 하재훈(오른쪽)과 강지광은 SK의 개막 2연전에서 나란히 데뷔 후 첫 승리를 기록하며 SK 필승조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강)지광이는 몸이 정말 단단해요. 그동안 노력해온 시간이 고스란히 몸에 남아 있죠.”(하재훈)

“(하)재훈이 직구는 한국프로야구(KBO) 톱3 안에 들걸요. 단순히 구속 이상의 힘이 있어요.”(강지광)

26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만난 투수 하재훈(29)과 강지광(29)은 서로를 칭찬하기 바빴다. SK는 23일과 24일 KT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23일 하재훈은 7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24일 강지광은 8회 등판해 역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나란히 데뷔 후 첫 승리를 올렸다. 오랜 기간 타자와 투수를 오가며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던 두 동갑내기 투수는 개막 2연전 승리를 책임지며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09년 미국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진출 당시 하재훈은 포수였다. 이후 외야수로 전향하며 트리플A까지 올라갔지만 2013년 손목 부상으로 심한 타격 침체를 겪었다. 2016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2017년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에서 투수와 외야수로 활동하면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는 야구를 그만둬야 할지 여러 차례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처자식이 있으니까 헬스장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운동을 했어요. 그때는 ‘정말 이렇게까지 야구를 해야 하나’ 싶었죠.”

최고 시속 155km 하재훈의 직구는 분당 회전수 2600을 상회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외야수로 활동하던 하재훈을 찾은 SK 스카우트팀 허정욱 매니저는 ‘20구 정도만 피칭을 해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 이때 스마트폰으로 찍은 투구 영상이 하재훈의 영입 근거가 됐다. 허 매니저는 “하재훈의 투구에 대한 데이터가 너무 없어서 그렇게라도 봐야 했다. 투구를 그해 처음 하는 거라고 했는데 최고 148km가 나오더라. 구위가 워낙 묵직해서 프로에서 통할 수 있겠다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커리어 내내 부상과 부진으로 입단과 1군 등록 말소를 반복한 강지광은 드래프트에만 세 차례(2009년 신인 드래프트, 2013, 2017년 2차 드래프트) 참가했다. 2009년 LG 입단 당시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주목을 받았으나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다 2013년 내야수로 전향했고 같은 해 넥센(현 키움)으로 팀을 옮겼다. 2009년 LG 수비 코치로, 2013년 넥센 감독으로 강지광을 지켜보며 그의 투수 재능을 아까워했던 염경엽 SK 감독은 단장이었던 2017년 그를 투수로 영입했다. 강지광은 “나를 알아봐 주신 염 감독님께 늘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투수로도 타자로도 야구를 잘 못했다. 어떻게 야구를 잘할지만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지광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손혁 투수코치의 조언에 따라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지난 시즌까지 결정구로 포크볼을 사용했던 그는 시속 150km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투수로 거듭났다. 손 코치는 “지광이가 손이 작아서 포크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대신 타자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구속을 가졌기 때문에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체인지업을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지난해 약한 불펜(불펜 평균자책점 5.49로 7위)이 ‘옥에 티’로 꼽혔다. “올 시즌 4명의 확실한 필승조를 꾸리는 게 목표”라고 밝힌 염 감독은 하재훈과 강지광이 불펜의 한 축을 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먼 길을 돌아 비룡군단에 안착한 두 동갑내기 투수가 감춰왔던 날개를 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인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sk#하재훈#강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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