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부름 받고 싶다면…“멀티 자원이 돼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12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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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3월 A매치에 나설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를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3월 A매치에 나설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를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축구의 경우 국가대항전(A매치)의 선수 엔트리는 23명이다. 골키퍼(3명)를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는 20명이다. 대개 포지션별로 8명(수비)-8명(중원)-4명(공격)으로 구성되는데, 감독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다.

감독 입장에서 보면 이 숫자는 언제나 부족하다. 그래서 선택하는 게 ‘멀티 자원’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전술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멀티 자원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벤투는 11일 3월 두 차례 A매치에 나설 명단(27명)을 발표하면서도 선발의 잣대 중 하나로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부상에서 회복해 컨디션을 되찾은 권창훈(디종)의 선발을 두고 벤투는 “측면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에 부합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파악해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벤투의 성향을 잘 보여준 코멘트다.

이강인(발렌시아) 선발에 대해서도 그는 포지션을 강조했다. 벤투는 “(이강인은) 측면에서 윙 포워드처럼 활약할 수 있고, 또 섀도 스트라이커로 중앙에서도 가능하다. 발렌시아 2군에서는 주로 중앙에서 많이 활약했고, 성인 1군 무대에서는 측면에서 많이 뛰었다”면서 “어느 포지션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부른 목적도 있다”고 했다. 백승호(지로나)도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들 이외에도 대표팀에는 멀티 자원이 수두룩하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는 부임 이후 줄곧 선수 선발의 기준으로 멀티 능력을 언급했다. 벤투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태극전사를 소집했을 때 수비수 장현수(도쿄)를 미드필더로 분류해 선발한 것과 관련해 “한 경기만 보고 미드필더로 분류한 게 아니고 많은 경기를 보면서 장현수가 여러 포지션에서 뛰었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뽑았을 때도 최전방 스트라이커뿐만 아니라 측면 날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벤투는 2019아시안컵을 대비해 지난해 연말 울산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도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주세종(아산)을 오른쪽 측면으로 돌려 훈련을 시켰다. 스트라이커 자원인 나상호(도쿄)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세워 가능성을 시험했다. 주전 부상을 염두에 두고 기존 선수들을 통해서라도 줄기차게 대비책을 만들었던 것이다.

지난 7개월간 지켜본 벤투의 성향은 뚜렷하다. 한정된 자원으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 멀티 자원을 찾고, 그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결국 벤투의 부름을 받고 싶다면 멀티 능력을 강하게 어필하는 게 지름길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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