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한국축구 지도자의 주가가 뛴다, 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5일 05시 30분


최강희 감독-박항서 감독-최은택 감독-윤정환 감독(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울산 현대
최강희 감독-박항서 감독-최은택 감독-윤정환 감독(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울산 현대
예전 축구감독이 해외로 나가는 경우는 대부분 초청 형식이었다. 축구는 가르치고 싶은데 돈이 궁한 나라에서 대한축구협회에 도움을 요청하면 지도자를 파견했다.

축구감독 중 처음으로 외국팀을 맡는 경우는 장경환(1925~2001년) 감독이다. 네팔의 요청으로 1973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돈이 없어 감독의 주머니를 털어 훈련복을 마련했다. 점심을 거르는 네팔인의 식습관 때문에 선수들의 영양관리에 애를 먹기도 했다.

상황은 여의치 않았지만 그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지도했다. 평가도 좋았다. 파견 2년이 끝나 귀국했지만 네팔의 요청으로 다시 나갔다. 지도자 교류가 한국과 네팔의 무역에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도 전해진다.

축구협회는 2000년대 이후 지도자를 적극적으로 내보냈다. 대표팀은 물론이고 올림픽팀이나 청소년팀까지 연령을 가리지 않았다. 강병찬(부탄) 유기흥(네팔,부탄) 최영준(브루나이) 김신환(동티모르) 권오손(브루나이) 김상훈(괌) 장정(스리랑카) 이태훈(캄보디아) 감독 등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어려운 여건을 마다하지 않고 정성을 다했다.

클럽 지도자로 나간 경우는 중국이 다수를 차지한다. 가장 먼저 선풍을 일으킨 지도자는 최은택(1941~2007년) 감독이다. 1997년 강등 위기의 연변팀을 맡아 4위로 끌어올리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자금이 부족해 무보수로 일했고, 독특한 지도와 탁월한 전술 능력으로 존경을 받았다. 최 감독의 발자취 덕분에 김정남, 이장수, 차범근 등 내로라하는 지도자들이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일본 축구 윤정환 전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일본 축구 윤정환 전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일본에서는 윤정환 감독이 이름을 날렸다. 사간 도스에서 선수로 은퇴한 뒤 2011년 감독이 된 그는 팀을 처음으로 1부 리그(J1)로 승격시켰다. 2017년 세레소 오사카를 맡아 리그컵과 일왕배에서 우승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해외진출 지도자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변했다. 지도자의 결과에 국내 팬들이 즉각 반응한다. 지도자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물론이다. 성과도 나왔다. 그러다보니 국내 지도자들이 살맛 날 정도로 찾는 곳이 늘었다.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 스포츠동아DB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 스포츠동아DB

베트남축구의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의 영향이 크다. 베트남만 하더라도 대표팀을 맡은 박 감독을 비롯해 리그에만 3명이 포진했다. 정해성 감독은 호치민FC 감독으로 부임했다. 캄보디아를 이끌던 이태훈 감독은 정 감독의 후임으로 호앙아인잘라이 사령탑에 올랐다. 이흥실 감독은 승격팀 비엣텔FC를 지도한다.

다롄 이팡 최강희 감독. 사진출처|다롄 이팡 SNS 캡처
다롄 이팡 최강희 감독. 사진출처|다롄 이팡 SNS 캡처

K리그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은 최강희 감독은 중국 무대에 도전한다. 그는 몇 해 전부터 중국 클럽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최근 다롄 이팡과 계약하며 중국 무대 평정에 나섰다.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연변을 맡았고, 박태하 감독은 중국여자대표팀(B)을 지도한다. 최진한, 최진철, 이운재 등은 중국 25세 이하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그동안 중국축구는 유럽이나 남미 출신 지도자를 선호했다. 돈도 많이 썼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자 한국의 훈련 스타일과 정신력을 배우려는 노력을 엿보인다.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에게는 태국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 출신 감독을 통한 베트남의 성공을 지켜본 태국이 적극적으로 원한다는 소문이다.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앞으로 더 많은 지도자들의 외국행이 이뤄질 것이다.

우선 우리 지도자의 수준이 높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경험한 노하우는 무시하지 못한다. 성실하고 책임감도 강하다. 팀을 위해 헌신할 줄도 안다. 승부사 기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거들먹거리지는 않는다. 겸손하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팬들의 눈높이를 맞출 줄도 안다.

이제 국내 무대는 좁다. 더 많은 지도자가 외국으로 나갔으면 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 그게 바로 애국이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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