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경쟁의 중요성…옥과 석은 결국 써봐야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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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2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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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황의조-이청용-나상호 등 가세하며 건강해진 축구대표팀

이쯤이면 벤투의 황태자라 불려도 좋을 황인범이다. © News1
이쯤이면 벤투의 황태자라 불려도 좋을 황인범이다. © News1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은 진리다. 지금 당장 좋은 결과물을 수확하고 있는 조직이라도 그것에 만족해 그대로 멈춰있으면 언젠가는 한계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현상을 계속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움직이지 않는 조직은 제자리걸음이 아닌 도태를 피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새로운 물’이 계속해서 유입돼야 건강한 호흡이 가능하다.

한동안 내리막길만 걸었던 축구대표팀이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7경기에서 4승3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중 6경기는 새로운 감독 부임 후 작성된 기록이다. 신임 사령탑만의 공은 아니다. ‘원점에서의 새 출발’을 선언한 방향성과 함께 대표팀 내부에 건강한 긴장감이 돌고 있고 그 경쟁이 반전의 원동력이라는 해석이 많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지난 20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는 축구대표팀의 2018년 마지막 A매치였다. 내년 1월 UAE에서 펼쳐지는 아시안컵 최종명단 작성을 앞두고 진행되는 최종 모의고사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값진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벤투호의 무패가도는 6경기로 늘어났다. 지난 9월7일 코스타리카와의 데뷔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대표팀은 이후 칠레전(0-0 무), 우루과이전(2-1 승), 파나마전(2-2 무), 호주전(1-1 무)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전 4-0 대승까지 3승3무 쾌조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벤투 감독 부임 직전 마지막 경기였던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의 2-0 승리까지 포함하면 4승3무이고 이런 성적이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건강한 흐름 속에서 작성됐다는 게 또 반갑다.

출발은 기존 멤버였다. 선수들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던 벤투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기성용과 손흥민을 비롯해 장현수, 김영권, 이재성, 정우영, 이용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임 대표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은 아니다. 그 속에 황의조, 황인범, 김문환 등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와 남태희 등 과거 대표팀에서 뛰었던 이들을 가세시키며 실험을 진행했다.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물 유입작업을 꾸준하게 펼치던 대표팀은 11월 들어 큰 변화를 꾀했다. 호주 원정을 앞두고 손흥민, 기성용, 황희찬, 이재성, 정우영 등 핵심자원들이 각각의 이유로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됐는데 이 강제된 플랜B 가동 배경이 결과적으로 팀에 도움이 됐다.

벤투 감독은 지난 17일 호주전 그리고 2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했다. 황의조, 석현준(이상 FW) 황인범, 이청용, 문선민, 나상호, 주세종(이상 MF) 김민재, 정승현, 박주호, 권경원(이상 DF) 등 이전까지 대표팀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던 이들이 고르게 필드를 밟았다.

그리고 성과가 적잖았다. 호주 원정 2경기를 통해 ‘포스트 기성용’이라는 찬사까지 받은 황인범을 비롯해 확실한 부활을 알린 이청용, 중장거리 패스 능력을 인정받은 주세종, 새로운 날개 공격수의 가능성을 연 나상호, 장현수의 대체자 능력을 뽐낸 김민재 등 발견된 인물들이 적잖다. 나이에 상관없이 건진 수확이 많다.

언급한 이들이 당장 벤투호의 ‘중심 전력’이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인재풀을 넓히고 내부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발시켰다는 측면에서 분명 고무적인 소득이다.

거의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문은 열려 있다’고 외치지만 실제로 ‘쓰는’ 감독들은 또 많지 않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옥과 석은 실제로 써봐야 구분이 가능하다. 현재 벤투호의 순항은 이 평범하고도 중요한 지침을 실천하고 있는 영향이 적잖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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