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뽑았다 VS 안 뽑았다, 기자들이 직접 밝힌 선택 이유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21일 11시 12분


올해 KBO리그 MVP 투표 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논란을 남겼다. 당사자인 김재환(30?두산 베어스)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기뻐야 할 날인데도 활짝 웃지 못했다.

지난 19일 발표된 MVP 투표 결과 김재환은 111표 중 1위표 51개 포함 총 76표를 받았다. 만점 888점 중 487점으로 팀 동료 조쉬 린드블럼,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 등을 제치고 MVP에 등극했다.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부문 2관왕을 차지하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어 넉넉히 MVP를 받을 만한 성적이지만, 111명 중 35명은 외면했다. 김재환은 지난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됐다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전력이 있다.

사실 논란은 정규시즌 내내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재환이 처음 골든글러브를 받았던 2016년부터 김재환에게 표를 줘야 하는지에 대한 찬반 의견이 크게 나뉘었다.

이에 한 스포츠전문지 소속 A 기자와 한 종합일간지 소속 B 기자의 의견을 그대로 싣는다. A 기자는 김재환을 1위로 뽑았고, B 기자는 5위표도 주지 않았다. 둘 모두 KBO리그를 10년 이상 취재한 베테랑 야구기자다.

스포츠전문지 소속 A 기자
국제대회에서 실시하는 도핑 테스트는 KBO리그보다 훨씬 엄격하다. 적발 당시 김재환도 양성 반응이 나올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대표팀에 갔을 것이다. 만약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김재환의 금지약물 복용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재환은 (개인 성적이 크게 향상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KBO리그에서 도핑 테스트 대상자로 가장 많이 선정된 선수 중 하나다. 군필자이기 때문에 올해 아시안게임에도 꼭 참가할 이유는 없었을 수도 있으나, 대표팀 합류 의사를 적극적으로 보인 것은 더 엄격한 도핑 테스트가 있는 국제대회에도 출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김재환이 올해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면 당연히 뽑지 않았겠으나 지금은 시간이 오래 지났다. 김재환은 약물 복용 후 5년간은 야구를 잘 했던 선수가 아니었다. 지금의 활약이 약물 복용의 영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종합일간지 소속 B 기자
지금의 김재환이 약물로 인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의든 아니든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 경우 모든 선수가 실수라고 말하기 때문에 고의로 약물을 복용했는지 여부를 알 수는 없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특정 약물을 금지하는 것은 긍극적으로 선수의 몸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를 어긴 선수가 야구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까지는 가혹할 수 있겠지만, 골든글러브나 MVP 같은 상은 명예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가 상을 받으면 앞으로 야구를 할 선수들에게도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

같은 이유로 과거에도 김재환이나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가 골든글러브, MVP 후보에 올랐을 때 표를 주지 않았다. KBO에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일정 수위 이상의 징계를 받은 선수를 수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금지약물 복용은 안 했지만 야구에 대한 태도가 진지하지 않은 선수도 많은데, 그에 비하면 김재환은 성실하고 야구에 대한 태도도 매우 좋은 선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MVP로 뽑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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