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의리!… 반드시 돌아온다” 트로피 안기고 떠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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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힐만 감독, 아름다운 이별

SK를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뒤 한국을 떠나는 트레이 힐만 감독(가운데)이 15일 인천에서 열린 감독 이·취임식에서 정의윤(오른쪽) 최항과 함께 ‘의리’라고 외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SK를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뒤 한국을 떠나는 트레이 힐만 감독(가운데)이 15일 인천에서 열린 감독 이·취임식에서 정의윤(오른쪽) 최항과 함께 ‘의리’라고 외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의리! 의리! 의리!”

우승과 함께 SK를 떠나는 트레이 힐만 감독이 최항 정의윤과 팔 근육을 과시하는 듯한 ‘의리 포즈’를 선보였다. 지난해 팬들을 위해 배우 김보성 분장을 하고 응원단에 올랐던 힐만 감독이 이임식 자리에서 당시를 재연한 것. “오늘부터는 동료가 아닌 친구”라는 그의 말처럼 감독과 선수들은 장난을 치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15일 인천 문학경기장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SK 힐만 감독과 염경엽 신임 감독의 이·취임식이 열렸다. 2016년 11월 SK 감독으로 취임한 힐만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SK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물했다. 그의 뒤를 이어 SK 단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염경엽 신임 감독이 취임했다.

힐만 감독에게 2년 전 처음 팀에 부임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 보였다. “당시 숙소에서 주장 김강민, 전력분석팀과 오랜 시간 미팅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선 서로 친해지는 과정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는 만큼 선수들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염경엽 신임 감독과 손을 맞잡은 힐만 감독. 전영한 기자
자신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염경엽 신임 감독과 손을 맞잡은 힐만 감독. 전영한 기자
“2년간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는 힐만 감독은 특유의 ‘소통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 늘 진심을 다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30분간 배팅볼을 던지며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했고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코칭스태프를 통하기보다 직접 면담을 택하기도 했다.

선수들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이 전력을 다해 자신을 도와 한국 야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는 그는 SK에 ‘홈런군단’ ‘선발야구’라는 색깔을 확립했다. 상대 타자에게 맞춘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와 선발투수를 분석해 타순을 정하는 ‘데이터 야구’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는 “한 팀에 열정과 성취욕을 가진 선수들이 모이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성공으로 이어지는지를 배웠다. 변화가 필요할 때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SK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이번 정규 시즌 20경기를 남겨두고부터 특별한 카드를 만들었다. 그는 “매 경기 기억할 만한 내용을 적은 카드였다. 이번 시즌이 감독으로서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카드들에는 항상 즐겨야 한다는 내용을 썼다”고 말했다.

사상 첫 한일 프로야구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사령탑이 됐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는 겸손하기만 했다. 감독으로서 점수를 매겨 달라고 하자 그는 “50점이다. 우승은 내가 한 게 아니다. SK의 것이다. 구단 모든 이의 도움으로 좋은 결과가 있었다. 감독으로선 좋은 판단을 한 적도 있고, 나쁜 판단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후임 염 감독과 선수, 한국 야구에 대한 조언과 격려도 잊지 않았다. “염 감독은 스스로의 장점을 잘 살려 자기만의 방식으로 강하게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2년간 지내면서 얼마나 꼼꼼한 감독인지 잘 알고 있다.” 단장과 감독으로 지낸 2년에 대해서는 “첫해에는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었다. 올 시즌을 함께하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고 덕담을 전했다.

그는 “배움 속에 답이 있다. 힘든 시기가 있을 때나 고난이 있을 때 두려워하지 말라. 강해지는 시간이다. 1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주 웃어 달라”고 말했다. 또 “한국 야구 전체가 투수 부문에서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들과의 인연은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젠가 반드시 (한국에) 돌아온다고 생각하며 떠나겠다”는 힐만 감독은 이달 말까지 쉬다가 다음 일터를 찾을 생각이다. 현재로서는 감독보다 코칭스태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2년간 함께한 SK 식구들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제 (이임식을 했으니) 단지 일을 함께한 사람이 아니라 친구다. 언젠가 미국 집에 초대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날 취임한 염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는 아직 20% 숨겨진 잠재력이 있다. 이를 끌어낸다면 내년에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편 SK는 손차훈 운영팀장(48)을 새 단장으로 선임했다. 공주고와 한양대를 나온 손 단장은 태평양과 현대, SK 등에서 내야수로 뛰었다. 은퇴 후에는 SK 프런트로 일해 왔다.
 
인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프로야구#sk#힐만#염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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