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첫 메달’ 베테랑 조원상 “어린선수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8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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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어린 선수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7일 오후(한국시간)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스포츠등급 S14)에서 대한민국 수영 첫메달을 선물한 조원상(26·수원시체육회)이 은메달 직후 의젓한 소감을 밝혔다.

조원상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 59초 40의 기록으로 전체 8명 중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한국 수영대표팀에 첫 메달을 신고하며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2012년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세계랭킹 1위를 달린 조원상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장애인 수영의 간판스타다. 선천적 장애로 5세 때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 학교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을 통해 심신을 가다듬고 교우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시작했다”던 수영은 조원상의 인생을 바꾸었다.

스무 살, 거침없는 수영 에이스도 눈부셨지만, 스물여섯의 나이에 변함없는 도전과 성장을 이어가며 대한민국 수영에 첫 메달을 안기는 베테랑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이날 은메달 후 조원상은 금메달을 딴 홍콩 탕와이록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생수를 건네고, 어깨를 두드리며 진심으로 서로의 메달을 축하하는 스포츠맨십은 인상적이었다.

조원상은 은메달 소감을 묻는 질문에 “1등한 선수는 내게 제자이자 식구와도 같다. 집안싸움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저도 성장했고, 후배가 잘하니 만족스러웠다”며 미소 지었다. 조원상 어머니 김미자씨는 “탕와이록이 어릴 때 원상이가 롤모델이었다고 하더라. 얼마전 홍콩 대회에도 초청받아 다녀왔다”고 귀띔했다.

조원상은 “10년간 함께해온 식구같은 동생이다. 인천에서도 저 친구가 금메달을 따고, 나는 동메달을 땄다. 이번에는 1-2위를 함께 하자고 했는데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고 말했다. 조원상의 속 깊은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열살 어린 선수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어른이든 아이든, 나이가 많다고 나한테 배워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을 보며 내가 배운다.”

4년전 인천에서 개인혼영 금메달을 따낸 조원상은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짐했다. “개인혼영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접영 100m에서 승부를 볼 것이다. 남은 경기 최선 다하겠다.”

의젓하고 진지한 인터뷰 도중 조원상이 눈물을 왈칵 쏟았다. 시상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물었을 때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다 목에 메었다. “준비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한사람의 사진을보면서 버텼다. 제가 소중하고 가장 아끼던 사람인데…(눈물) 뭘 포기해야할까 생각하다가 제 꿈이 수영이다 보니 그 사람을 포기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365일 사진 한장 보면서 열심히 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으니까 더 간절하게 열심히 했다. 내가 뭔가 보여주려면 이걸 열심히 해서 멋지게 찾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눈물을 애써 추스른 그는 다시 베테랑 수영 선수의 모습으로, 장애인체육, 수영대표팀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남은 경기 우리 수영팀 많이 응원해달라.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 아직 인기가 없지만 국민들이 체육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멘토인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이명호 회장님이 신경도 많이 써주신다. 제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회장님 아니셨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늘 응원해주시고, 진지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첫 스타트를 잘 끊어서 후배들도 좋은 기운을 받을 것같다는 말엔 반색했다.

조원상은 “나도 이제 베테랑이다. 후배들이 메달을 많이 땄으면 좋겠다. 내게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자카르타=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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