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표 #나는 표범 #김일 후계자 #프로레슬링 전설…“도복 입으면 날아다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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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4일 1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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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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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에 세상을 떠난 이왕표는 ‘나는 표범’으로 유명한 한국 프로레슬링계의 전설이다.

1975년 김일 도장 1기생으로 프로레슬링에 입문한 이왕표는 40년 프로레슬링 인생을 마감한 2015년 은퇴식을 가질 때까지 1600차례의 경기를 가졌다.

화려한 기술과 쇼맨십을 자랑한 이왕표는 경기 때마다 콧수염을 기른 매서운 눈빛에 표범이 그려진 태권도복을 입고 등장해 호쾌한 태권도 돌려차기와 드롭킥으로 상대를 쓰러뜨렸다. WWA와 미국프로레슬링연합(NWA) 등의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다.

이왕표는 프로레슬링 선수가 각본이 아닌 실력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몇 차례 종합격투기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프로레슬링은 ‘쇼’라는 부정적인 인식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미국처럼 이제 프로레슬링 선수들은 종합격투기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표는 1994년 ‘박치기왕’ 김일 선생으로부터 후계자로 지명됐다. 그는 “시골에서 갓 올라온 ‘마른 명태’가 듬직한 체구를 갖춘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숱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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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표는 201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이크 타이슨과의 경기를 앞두고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십이지장까지 운반하는 길인 담도에 종양이 생기는 것으로, 암중에 가장 아픈 암으로 불린다. 10대 암중에서도 생존율이 가장 낮기로 유명하다.

그해 담도암 수술을 받은 이왕표는 2015년 은퇴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여전히 ‘나는 표범’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등 뒤에 표범이 그려진 도복은 버릴 수 없는 그의 재산목록 1호였다. 이왕표는 “그 도복만 입으면 날아다는 것 같았다. 죽을 때까지 ‘나는 표범’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적처럼 병을 완치하는 듯 했던 이왕표는 최근 암이 재발하면서 치료를 받던 중 4일 오전 갑작스럽게 눈을 감았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8일이다. 장지는 일산 창하공원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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