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축구팀 주장, 父납치 소식에도 경기 출전…“조국이 우선이었다”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7월 4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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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축구대표팀 주장 '존 오비 미켈'(32·톈진 테다)이 지난달 26일 아르헨티나와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최종전이 열리기 직전 아버지가 괴한들에게 납치됐다는 연락을 받고도 경기에 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켈은 3일 아프리카 'kwese ESPN'과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전 4시간을 앞두고 납치범들로부터 아버지를 풀어주는 대가로 1000만 나이라(약 3100만원)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나에게는 조국을 대표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팀에 부담을 주기 싫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미켈은 "납치 사실을 당국에 보고하거나 누군가에게 알리면 곧바로 아버지를 총살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나는 전화를 받고 혼란스러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1억8000만 명의 나이지리아 국민을 실망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나는 그것을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나라를 대표해야했다"며"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내 문제로 코치나 다른 팀원들에게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과도 논의하지 않은 채 경기에 출전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미켈의 아버지는 지난 26일 나이지리아 '조스'에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동부로 향하던 중 '마쿠르디 -에누구' 고속도로에서 운전기사와 함께 납치됐다.

사건을 접수하고 구출작전에 들어간 경찰은 납치 6일 만인 지난 2일 오후 2시 께 '에누구' 인근 지역에서 납치범들과 총격전 끝에 운전기사와 그의 아버지를 구출했다. 경찰은 구출 직후 이 사실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병원으로 옮겨진 미켈의 아버지는 납치범들로부터 고문을 당해 여러 군데 봉합 수술을 받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나이지리아는 무장 단체들이 시민을 납치해 돈을 버는 범죄가 횡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체는 미켈의 아버지가 지난 2011년에도 몸값을 요구하는 괴한들에게 납치당했다가 열흘 만에 풀려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켈은 아버지의 납치 소식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분투했지만 결국 1대 2로 패하면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까지 겪었다. 미켈은 경찰로 부터 아버지가 구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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