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내가 웃어야 국민도 행복… 12명처럼 뛰어 기필코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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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에 찬 에이스 손흥민


그의 어깨에서 에이스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말 한마디가 신중했고 고뇌에 찬 표정도 지었다. 최고의 리그에서 꿈같은 한 해를 보냈다는 사실도 벌써 잊은 듯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고민 끝에 답을 했다. “축구는 11명이 한다지만 우리가 12명처럼 (열심히) 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손흥민(26·토트넘)이 다음 달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을 위해 한 몸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15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의 야외 풋살장에서 열린 손흥민과 아디다스의 후원 연장 행사장.

아디다스와 2023년까지 후원을 연장하기로 한 그는 대표팀의 막내로 처음 꿈의 무대를 밟았던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승부욕이 강해 경기에서 질 때만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당시 한국은 조별 예선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무 2패로 허무하게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벨기에전 패배가 확정되자 그는 그라운드에서 펑펑 울었다.

손흥민은 “그땐 어린 나이에 자신감만 가득했다. 그런데 월드컵은 자신감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무대인 것 같다”며 “눈물을 보인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에는 제가 웃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보고 국민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 그게 소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때가 유럽 무대에서 막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라면, 지금은 세계적인 윙어로 손꼽힐 정도로 위상이 급변한 손흥민이다. 그사이 대선배인 차범근과 우상 박지성을 뛰어넘어 한 시즌 유럽 리그 최다 골(2016∼2017시즌 21골)과 잉글랜드 통산 최다 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더불어 그의 몸값 또한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르크트’ 자료에 따르면 2014년(7월) 1400만 유로였던 그의 이적료(예상)는 올해 1월 3500만 유로로 치솟았다.

이처럼 ‘브라질의 눈물’ 이후 성장을 거듭해온 손흥민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017∼2018시즌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랭킹 10위(공동)에 들었고, 컵 대회를 포함해 53경기를 뛰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경기 경험을 쌓았다. 물론 시즌 막판 체력적인 부담을 호소하며 무득점 경기가 많았다는 아쉬움도 남기는 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경기를 많이 뛰면서 솔직히 시즌 후반기에 좀 지쳤다. 발목도 안 좋아 6주 정도 진통제를 맞으며 경기에 나갔다”면서도 “휴식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손흥민은 대부분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중간중간 표정이 굳어지고 한숨을 쉬었다. 대표팀에 냉혹한 평가를 쏟아내는 세간의 시선이 못내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저는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팀이 특별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만의 축구를 하는…. 그리고 대표팀 걱정을 해주시는 것은 좋지만 벌써 패배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팀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면 그 선수들보다 우리가 더 많이 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팀을 위해 한 몸 바칠 각오입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손흥민#토트넘#손흥민 이적료#축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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