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LG ‘김현수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4년 115억원 아깝지 않은 활약, 최근 8연승 중심에

지난 시즌 LG 타선에서 ‘상수(常數)’라고는 최고참 박용택(39) 하나였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2명(박용택 양석환)뿐이었고 ‘3할 타자’의 자존심도 그가 홀로 지켰다. 리빌딩 기조 아래 ‘만년 유망주’와 ‘우선순위에서 밀린 베테랑’이 타석을 나눠 썼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박용택(30일 현재 타율 0.330)의 ‘클래스’는 여전한 가운데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타격기계’ 김현수(30·타율 0.352)의 모범생 활약이 뒤를 받친다. LG는 이미 8명이 규정타석을 채웠다. 부상으로 빠져 있는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가 복귀하면 사실상 1∼9번 전원이 ‘자릿값’을 하는 셈이다.

양상문 LG 단장은 115억 원(4년)을 들여 김현수를 영입할 당시 “리빌딩을 한다고 성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안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젊은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양 단장의 예측대로 박용택, 김현수가 중심을 잡자 신진급 타자들이 한결 여유를 찾았다. 유강남(타율 0.340, 8홈런)이 리그 정상급 공격형 포수로 거듭났고, 채은성(타율 0.321)도 5번 타순에 뿌리를 내렸다.

자기 앞가림에 급급했던 타자가 즐비했던 지난해 LG는 땜질 처방도 많았다. 외국인 타자가 공석일 때는 이제 막 주전으로 거듭나던 양석환이 4번 중책을 맡기도 했다. 반면 올 4월 LG의 8연승 기간 가르시아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는 김현수가 4번 타자 자리를 빈틈없이 메웠다.

올 시즌 처음 도입된 ‘자동 고의사구’를 리그에서 가장 많이 받은 선수도 김현수(3개)다. 정확성에 눈 야구(볼넷 20개·리그 2위)는 물론이고 장타력(0.598)까지 갖춰 상대로서는 위기 때 ‘피하는 게 답’인 타자다. 31경기를 치른 30일 현재 김현수는 43안타로 200안타 페이스다. 100억 원대의 ‘현질’(온라인 게임에서 현금을 주고 아이템 등을 사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 아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의 ‘현수 효과’는 단순한 김현수의 기록 그 이상이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보며 꾸준한 체력훈련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LG에서도 그는 시즌 중에도 이틀에 한 번 웨이트 훈련을 하는 등 동료들과 시즌 내내 꾸준히 할 수 있는 체력 훈련 일정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최고 신봉자로는 채은성이 꼽힌다. 2016시즌 데뷔 후 첫 100안타를 돌파한 뒤 슬럼프에 허덕였던 채은성은 “1년 동안 현수 형의 훈련을 따라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LG가 한창 연승을 질주할 때에도 “시즌은 정말 길다. 지금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 가을이 오면 부상자도 나올 수 있다.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 건강하게 긴 시즌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경험자의 ‘노하우’여서 그 무게감이 선수단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라커룸, 더그아웃뿐 아니라 외야 복판에서도 김현수는 ‘수다의 중심’에 있다. “그냥 농담하는 것”이라지만 좋을 때건, 나쁠 때건 매일 해야 하는 야구에서 분위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현수이기에 나오는 행동이다. 주장 박용택 역시 “워낙 밝고 긍정적인 선수라 그런 에너지가 우리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며 그를 흐뭇하게 지켜본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lg 김현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