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할 때 쓴다” 송진우의 한마디, 송은범 환골탈태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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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10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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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진우 코치. 스포츠동아DB
한화 송진우 코치. 스포츠동아DB
우투수 송은범(34)은 한화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5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2017시즌까지 3년간 76경기(47선발)에서 4승 24패 2홀드 5세이브, 방어율 6.62의 부진한 성적만 남겼다. 한 명의 투수가 기록한 승패 마진이 무려 ‘-20’에 달한데다 방어율까지 좋지 않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올해 시범경기를 앞두고 송은범의 1군 기용을 시사하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송은범은 본격적으로 기량을 꽃피운 2007년(당시 SK)부터 6시즌 동안 50승 28패, 방어율 3.26의 성적을 거둔 리그 특급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KIA 이적 첫해인 2013시즌부터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KIA에서 뛴 2년간 거둔 성적도 5승 14패, 방어율 7.46이었다.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위력은 ‘투 피치’의 단점을 상쇄할 정도였고, 제구가 심하게 흔들리지도 않았기에 명확한 부진 원인을 찾기도 어려웠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10일, “타자와 싸워서 이기는 공을 던져야 하는데, 단순히 ‘멋있는 공’일 뿐이었다. 맞을 수밖에 없었다. 변화구의 각은 크지만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일단 기록부터 살펴보자. 9일까지 6경기에 구원등판해 2승, 방어율 2.38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1.15)과 피안타율(0.244)도 만족스러운 수치다. 가장 달라진 점은 23개의 땅볼을 유도하면서 뜬공은 5개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투심패스트볼(투심) 그립 장착과 발상의 전환에 따른 결과물이다. 기존에도 제구 불안이 아닌, 집중타를 허용하며 무너진 패턴이 반복된 터라 공 끝에 변화가 심한 투심을 장착해 변화를 꾀했다. 땅볼 유도 비율이 증가한 비결이다. 무조건 삼진만 바라보지 않는, 맞혀 잡는 투구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한화 송은범. 스포츠동아DB
한화 송은범. 스포츠동아DB
자연스럽게 송은범의 입지도 올라갔다. 송 코치는 “(송은범을) 중요한 상황에 자주 쓸 수 있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투심을 스트라이크존에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던 그의 우려까지 지웠다. 늘 마운드에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한화 입장에선 승부처에 믿고 쓸 수 있는 투수 한 명의 존재가 무척 소중한데, 송은범이 그 적임자로 올라섰다. 자연스럽게 그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전력 외’, ‘FA 실패작’ 등의 불편한 시선을 지우고 있다는 점이 가장 반가울 터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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