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김종부…키만 큰 ‘원석’ 말컹, 킬러로 조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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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무명 김효기 발탁해 2골
K리그1 경남 4전승 돌풍 이끌어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연맹 제공
최근 K리그 클래식 4경기에서 ‘연전연승’을 거듭하는 경남의 김종부 감독(53)은 ‘촉’ 있는 사령관으로 통한다. 그는 2016년 변변찮은 브라질 하부 리그에서 뛰던 ‘부족한 원석’ 말컹(24·브라질)을 발굴해 득점 기계로 키웠다. 큰 키(196cm)에 비해 느린 슈팅 타이밍을 보완했고, 중앙뿐만 아니라 측면 공간을 활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이번 시즌 말컹은 3경기 6골을 뽑아내며 김 감독에게 화답했다.

전남과의 경기(3-1승)에서는 말컹에게 집중된 상대 수비의 허점을 노려 비주전급으로 평가받던 김효기(32)를 깜짝 기용했다. 김효기는 이날 1부리그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렸다. 강원전에서는 시즌 2호골을 기록했다. 많이 뛰면서 골 기회를 찾아다니는 김효기가 상대의 빈틈을 공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김 감독의 판단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경남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의 선수 발굴이나 기용 능력은 이처럼 예사롭지 않다. 김 감독은 “일차적으로는 이번 시즌 잔류가 목표였다. 네게바(26·브라질)나 쿠니모토(21·일본) 등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경남의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K3리그 화성FC(2013∼2015년)의 감독이었다. 이듬해 경남으로 옮겨간 김 감독은 그 직전 시즌 ‘심판 매수 사건’으로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예산도 없고, 선수들은 풀 죽어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절실한 마음으로 뛰는 선수를 기용했습니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신뢰가 생길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하며 사기를 끌어올리려 했죠.”

지난해 경남은 ‘15경기 무패’ 기록을 남기며 K리그 챌린지 1위 팀으로 화려하게 1부 리그로 올라섰다.

1980년대 그는 차범근, 최순호의 뒤를 이을 대형 스타로 평가받았다.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이끌었던 청소년대표팀의 ‘멕시코 4강 신화’ 주역으로 활동했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불가리아전에서 동점골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1986년 당시 현대와 대우의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린 끝에 1995년 30세의 나이에 은퇴하며 눈물을 삼켰다.

“선수 시절 프로에서는 전성기를 못 누려 프로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다시 프로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감격스러운 마음입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k리그 클래식#김종부 감독#말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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