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 배지 단 北선수단 “한민족 함께 해 기분 좋습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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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수단 강릉선수촌 입촌]본진 32명 南전세기 타고 도착

검은 털모자에 남자는 검은색, 여자는 자주색 코트를 입고 가슴에 인공기 배지를 단 북한 선수단은 말이 없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준비된 버스에 오른 뒤에는 창밖을 내다보며 미소로 화답했다. 손을 흔들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1일 오후 6시 10분경 강원 양양국제공항에 전세기편으로 도착한 북한선수단 본진은 32명. 선수단장인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스키 빙상 선수 10명, 임원 등이 포함됐다. 도착 1시간 만인 오후 7시 10분경 원 단장이 김기홍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차장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장으로 나왔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에 출전하는 렴대옥은 버스 창문을 통해 취재진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북한 임원 중에는 비디오카메라 등을 들어 기자로 보이는 인사들도 있었다. 이들은 5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곧바로 강릉선수촌으로 이동해 입촌했다. 북한 임원 3명이 선수촌에 입촌할 때 액체류를 반입하려다가 제지당하자 항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물이나 술 등은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다. 보안요원들이 일단 해당 물품을 맡아 검사한 뒤 이상이 없으면 돌려주기로 했다.

북한 선수들은 선수촌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식사를 했다. 메뉴를 꼼꼼히 살피던 렴대옥은 고기류는 거의 고르지 않았고 버섯과 샐러드, 요구르트 등 채식 위주로 식사를 마쳤다. “고기는 전혀 먹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원래 고기는 잘 안 먹습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체중 조절을 하고 있느냐”고 재차 묻자 “예”라고 짧게 답했다. 평창 올림픽 출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다 좋습니다. 한민족끼리 같이 경기에 나오니까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원 단장은 역도 선수 출신이다. 올해 남북 고위급 회담과 평창 올림픽 참가 관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 대표로 나왔다. 선수 10명은 알파인 스키 3명, 크로스컨트리 스키 3명, 피겨스케이팅 페어 2명, 쇼트트랙 2명 등으로 구성됐다. 원 단장과 선수들 외에도 코치 3명과 지원인력 18명이 선수단 본진에 포함됐다.

지난달 25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위해 15명이 들어오는 등 두 차례에 걸쳐 들어온 북한 인원은 47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선수단의 규모를 선수 22명, 임원 24명 등 모두 46명으로 승인했으나 실제 인원은 1명이 늘어났다. 원 단장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된 남북 스키 공동훈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1일엔 서로 자유롭게 스키를 탔고, 1일 오전에는 알파인스키 친선경기 및 크로스컨트리 공동훈련을 진행했다.

北임원, 선수촌 술 반입하려다 제지당해 북한선수단 관계자가 술로 보이는 액체류가 강릉선수촌 보안 검색대에서 걸리자 항의하다 보관함 위에 올려놓고 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北임원, 선수촌 술 반입하려다 제지당해 북한선수단 관계자가 술로 보이는 액체류가 강릉선수촌 보안 검색대에서 걸리자 항의하다 보관함 위에 올려놓고 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북한 알파인스키 리진명은 1박 2일 일정으로 남한 선수들과 훈련한 소감을 묻자 “한겨레 한 언어가 닿아 있는 경기에서 함께해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알파인스키 김청송 선수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남측 선수들과 세계 패권을 함께 쥐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남한 취재진이 ‘평창 올림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마디 말해 달라’고 묻자 북측 알파인스키 김유정 선수는 “아직 올림픽에 누가 나가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남한 선수들도 공동훈련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크로스컨트리 김선민(단국대 2년)은 “북한 선수들이 먼저 앞장서서 코스로 올라가면서 설명해주고, 같이 내려오면서 이야기도 하고 다른 선수들과도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남영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은 “스키장 코스와 설질이 좋았다. 앞으로 훈련이 계속된다면 남북 선수들 모두 기록이 향상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선수들은 오후 2시 30분에 마식령스키장을 떠났다. 35분 거리의 갈마비행장까지 가는 길은 한산했다. 갈마비행장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같은 아시아나항공 OZ1368편 비행기에 탑승했다.

한편 마식령스키장에서는 인기 스노모빌 브랜드인 캐나다산 ‘스키두(Ski-Doo)’의 모빌 4대가 눈에 띄었다. 스노모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3년 북한 유입을 금지한 사치품이다. 북한 선수들은 “(자신들이 입은) ‘골드윈’ 경기복은 60만 원, ‘레키(LEKI)’ 스키폴은 20만∼30만 원대”라며 “모두 조국에서 사줬다”고 설명했다. 골드윈 제품이 남한 골드윈코리아의 제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식령·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황인찬 기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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