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FA가 바꾼 KBO 역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5시 30분


SK 최정-두산 장원준-KIA 최형우-양현종-NC 이종욱-손시헌(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SK 최정-두산 장원준-KIA 최형우-양현종-NC 이종욱-손시헌(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2017 스토브리그 프리에이전트(FA)시장은 김현수→LG, 강민호→삼성, 민병헌→롯데, 황재균→kt 그리고 손아섭의 롯데 잔류로 하이라이트가 끝났다.

올해 FA시장 역시 주요 선수들의 계약 총액이 500억원을 돌파했다. 각 구단이 경쟁적으로 고액 연봉을 지출하는 이유는 단 하나 전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FA시장은 2000년부터 KBO 역사를 좌지우지했다. 그 영향력만큼 정상급 선수들의 연봉은 상승하고 있다.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쉽게 비판할 수 없는 시장질서다.

최근 KBO 역사가 뒤바뀐 결정적인 장면은 2014년 3월이다. 신생팀 kt가 퓨처스리그에 데뷔하는 날 kt는 구단 사장과 단장이 동시에 물러났다. 정권 교체 후 그룹 회장이 바뀌었고 전임 경영진이 의욕적으로 추구하던 신생구단 강팀 육성전략을 완전히 폐기하는 순간이었다. 프로농구 팀 단장 출신이었던 권사일 kt스포츠 초대 단장은 “신생팀일수록 더 파격적인 투자를 해야 리그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주영범 kt 초대 단장은 kt가 1군에 데뷔하는 2015년에 맞춰 FA자격을 획득하는 타자 최정과 투수 장원준의 영입을 준비했다.

만약 kt가 2014년 시즌 종료 후 최정, 장원준과 계약에 성공했다면 야구역사는 전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었고 선발투수의 가치, 확실한 중심타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FA시장에 매우 의욕적이었지만 모든 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원준은 2015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최정은 SK에 남아 더 향상된 홈런 생산 능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는 양현종의 ‘요코하마 회군’이 결정적이었다. 요코하마는 양현종에게 2년 6억 엔 수준의 연봉을 제시했다. 최고급 숙소와 함께 양현종의 아내와 아이들의 일본 적응을 돕기 위한 스태프의 고용 계획도 소개했다.

이미 KIA는 최형우, 나지완과 계약에 160억 원 이상을 지출한 상태, 양현종은 1년 계약(22억5000만원)까지 감수하며 고향 팀 잔류를 선택했다. 양현종의 선택은 2017년 KIA 우승의 큰 힘이 됐다. 2015년 송은범이 한화와 계약하며 보상선수로 이적한 임기영 역시 올해 KIA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2014년 이종욱과 손시헌은 동시에 두산에서 NC로 이적했다. 신생팀 특혜로 보상선수도 필요 없는 계약이었다. 두산 센터라인 핵심 전력의 이적으로 NC는 단숨에 수비력 보강에 성공했고 단기간에 강팀의 반열에 올랐다. 두산 역시 전력 공백이 컸지만 유망주들에게 고루 기회를 제공하며 오히려 세대교체에 큰 성공을 거두는 계기로 삼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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