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은 초록색이다. 인종차별은 죄악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3일 05시 45분


신태용호가 2-1로 승리한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은 모처럼의 기쁨도 선사했지만 상대 선수의 불필요한 인종차별 제스처로 안타까움도 함께 남겼다. 카르도나는 한국이 2-0으로 리드한 후반 18분, 양손으로 자신의 눈을 찢는 행위로 지탄을 받고 있다. MBC중계화면 캡처
신태용호가 2-1로 승리한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은 모처럼의 기쁨도 선사했지만 상대 선수의 불필요한 인종차별 제스처로 안타까움도 함께 남겼다. 카르도나는 한국이 2-0으로 리드한 후반 18분, 양손으로 자신의 눈을 찢는 행위로 지탄을 받고 있다. MBC중계화면 캡처
■ 이겼지만 찜찜함 남긴 콜롬비아전

콜롬비아 선수 인종차별적 제스처 눈살
공개 사과로 일단락 불구 경각심 가져야


10일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한국 2-1 승)은 오랜만에 짜릿함을 선사한 경기였지만, 한편으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져 찜찜함도 남겼다.

불미스러운 일은 후반 18분경 터졌다. 한국이 2-0으로 리드한 가운데 콜롬비아의 미드필더 에드윈 카르도나(보카 주니어스)가 한국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양손으로 자신의 눈을 찢는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누가 봐도 상대 감정을 자극할 의도였다. 눈을 찢는 건 동양인의 생김새를 비하한 인종차별 제스처다. 주심의 단호한 조치 없이 경기는 마무리됐지만 종료 후에 사태는 커졌다. 국내외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심각성을 알린 것이다. 물의를 빚은 카르도나는 다음 날 콜롬비아축구협회 홈페이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누구도 비하할 목적은 없었다. 그러나 내 행동이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하거나 오해를 일으켰다면 미안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콜롬비아축구협회도 선수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에 사과문을 보내왔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선수에게 협회 차원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아무튼 즉각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책으로 일단락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10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콜롬비아 카르도나(21)가 후반 한국 기성용을 향해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찢기를 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0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콜롬비아 카르도나(21)가 후반 한국 기성용을 향해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찢기를 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스포츠는 엄격한 규칙 속에서 승부가 펼쳐진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상대를 존중하고, 또 존중받아야한다. 실력 이외의 외부요인이 개입돼선 안 된다. 인종차별은 가장 질이 떨어지는 외부 요인이다. 하지만 축구장에서 가끔 발생하는 인종차별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당하고 있다.

흑인선수들은 피부색 때문에 조롱을 받는다. 일부 관중들은 흑인 선수를 향해 바나나를 던지거나 원숭이 울음소리를 낸다. 물론 일부 선수는 바나나를 집어 먹으면서 무시하기도 하지만, 이런 인종차별적인 구호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설기현 등이 처음 유럽에 진출했을 때는 식용 개고기나 DVD 불법복제와 같은 내용을 외치는 관중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손흥민(토트넘)도 서양인들의 고정관념 속에 온갖 욕설이 섞인 구호를 들어야했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인종차별과 관련해 박지성을 언급하면서 “경기장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줬다”며 경의를 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인종차별을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FIFA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부터 심판이 경기를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강력한 정책을 도입했다. 심판이 경기장에서 관중의 인종차별 행위가 발생하면 3단계에 걸쳐 조치를 취하고, 최후엔 경기를 몰수할 수 있도록 FIFA는 결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종차별적인 행동이 발생할 경우 1단계 조치로 장내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중단할 것으로 요구하고, 이런 조치에도 아랑 곳 없이 계속될 경우 경기를 중단하며, 그럼에도 중단되지 않는다면 경기 몰수를 선언할 수 있다. 또 인종차별 행위를 지켜보는 감시자가 경기장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이들이 제출하는 보고서를 FIFA 징계위원회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결국 FIFA는 인종차별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경기장에서는 상호 존중하면서 공정한 경기를 해야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 기본을 무시하는 인종차별은 바로 죄악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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