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대구 조광래 대표 “전쟁 같았던 클래식 생존, 욕 봤데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일 05시 45분


고난을 뚫고 클래식 잔류에 성공한 조광래 대구FC 대표는 올시즌 모든 순간을 전쟁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정글에서 살아남는 일은 쉽지 않았다. 취임 목표를 이룬 조 대표는 이제 본격적인 2018 구상에 들어갔다. 동아일보DB
고난을 뚫고 클래식 잔류에 성공한 조광래 대구FC 대표는 올시즌 모든 순간을 전쟁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정글에서 살아남는 일은 쉽지 않았다. 취임 목표를 이룬 조 대표는 이제 본격적인 2018 구상에 들어갔다. 동아일보DB
“복덩이 주니오·에반드로…잔류 일등공신
취임 때 말했던 약속 지킨 것이 가장 기뻐
내년엔 6강 목표…동계훈련서 뒷심 강화”


“정말 욕 많이 봤데이…. 힘들었제?”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90분이 흐르고 대구FC 조광래(63) 대표가 어깨를 툭 치며 던진 따스한 말에 안드레(45·브라질) 감독대행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안드레 대행도 어지간한 한국말은 잘 알아듣는다.

시즌 중에 물러난 손현준(45)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갑자기 물려받은 기억부터 유난히 잦은 판정시비로 어려움을 겪은 시간까지 마음속 가득한 응어리들이 한순간에 눈물로 변해 주체 못하고 흘러내렸다.

대구가 살아남았다. 지난달 2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 3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면서 승점41을 쌓은 대구는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클래식 잔류를 확정했다. 조광래 대표는 “(사장)취임 때 약속을 지킨 것이 가장 기쁘다”고 털어놓았다. 2014년 하반기 부임한 그는 챌린지(2부리그)에 머문 지난해를 기점으로 3가지 약속을 했다. 2016년 승격 ∼2017년 잔류∼2018년 6강(상위 스플릿) 진입을 공표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2019시즌을 기점으로 우승권에 도전하는 전력을 완성시키겠다는 포부도 함께 전했다. 정말 생각대로 이뤄졌다. 포항 원정은 쉽지 않았다. 후반 초반 2골을 몰아치며 앞섰으나 막판 20분간은 쫓기고 또 쫓겼다. 고질인 뒷심부족으로 혹여나 동점골을 내주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잘 버티면서 올 시즌 최종 목표를 채웠다.

조광래 사장은 이런 결과가 오도록 철저하게 준비했다. 막연한 구상만을 발표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지난시즌과 비교해 전력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챌린지 우승권과 클래식 잔류는 전혀 다르다는 기준 속에서 대부분은 대구를 강등 1순위로 꼽았다. 조 대표는 정반대로 바라봤다. 팀 골격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보강만 이뤄지면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여겼다.

대구 주니오-에반드로(오른쪽). 사진제공|대구FC
대구 주니오-에반드로(오른쪽). 사진제공|대구FC

이 과정에서 주니오∼에반드로가 합류했다. 목적은 달랐다. 개막전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열을 이탈한 주니오를 대신하기 위한 대타가 에반드로였다.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었다. 잘 짜여진 재활 프로그램을 거친 주니오가 완전히 살아났고, 에반드로는 내내 120% 실력을 발휘했다. 각각 11골, 10골을 기록하며 대구 잔류의 일등공신이 됐다.

“복덩이가 따로 없다. 정말 고맙다. 팀을 향한 애정도 대단하다. 한국생활에도 만족해하고, 팀플레이에도 확실히 녹아들었다.”

솔직히 조 대표는 하위권 다툼이 익숙하진 않다. 비록 짧은 시간이긴 했어도 국가대표팀을 이끌었을 때는 가장 재미있는 축구를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도민구단 경남FC의 첫 전성기를 만든 사람도 조 대표다. 항상 목표를 현실로 바꿔놓은 노하우는 다른 이들이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대구 조광래 대표.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조광래 대표.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는 거의 팬의 마음으로 현장을 지켰다. 올해는 정말 중압감이 엄청났다. 즐길 수 없었다. 매 순간이 전쟁이었다. 책임자라는 생각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안드레 대행과 궁합도 잘 맞았다. 간섭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가끔씩 전달하는 메시지를 조언으로 잘 받아들였다.”

이미 조 대표는 다음시즌 구상도 그려놓았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안드레 대행을 비롯한 브라질 트리오(주니오∼에반드로∼세징야)는 데려갈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거칠 과정이 있어 당장 밝힐 수는 없지만 이들의 잔류 가능성은 크다. “여기에 만족해선 안 된다. 내년에도 큰 틀은 유지된다. 올해를 준비할 때와 변화의 폭은 많지 않을 거다. 동계훈련도 각오를 단디할 필요가 있다. (2018 시즌 목표인) 6강에 오르기 위해선 지금처럼 뒷심이 약해선 안 된다. 후반 종반 실점을 확 줄여야 한다. 본격적인 동계훈련을 시작할 때 강철 체력과 집중력 강화를 철저히 주문하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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