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가 응원한다] ‘불곰’ 윤동균 “원년 우승 베어스의 자부심 이어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5시 30분


윤동균 일구회 회장. 사진제공|일구회
윤동균 일구회 회장. 사진제공|일구회
“이번 한국시리즈(KS)에 들어가기 전부터 저는 5대5 백중세로 봤습니다. 베어스는 원년부터 뚝심과 기적을 만든 팀인데, 후배들이 그 자부심과 전통을 이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윤동균(68) 일구회 회장은 베어스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OB 원년 멤버로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1982년 3월 27일 동대문구장에서 삼성-MBC의 원년 개막전이 열렸는데, 양 팀뿐만 아니라 6개 구단 선수단 전원이 모여 개막식을 치렀다. 당시 선수단 대표로 선서를 한 인물이 바로 윤동균이었다.

1949년생인 그는 그 때 만33세였다. 포항제철에서 은퇴를 생각하고 있던 시점에 프로야구가 탄생하면서 선수 생활을 연장했다. 그리고는 1989년 KBO리그 사상 최초 은퇴식의 주인공이 되면서 후배들에게 40세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OB는 원년에 전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 KS 진출권을 따냈고, 윤동균은 OB에서 주로 1번타자와 3번타자를 오가면서 팀 타선의 핵으로 맹활약했다. 타율 0.342를 기록하면서 MBC 백인천(0.412)에 이어 타격 2위에 올랐다. 백인천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타격왕에 오른 적이 있는 해외파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보면, 순수 국내 선수로는 그가 가장 좋은 타율을 기록한 것이었다.

프로야구 은퇴 야구인 모임(OB)인 일구회에서 지난해부터 제3대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세월이 벌써 35년이 흘렀죠”라며 웃더니 “그래도 그 시절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원년에 OB가 우승을 했지만 당초 우승 전력으로는 평가 받지 못했어요. 그러나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던 것 같습니다. 타자 중에는 저하고 김우열이 베테랑으로 중심을 잡고, 신경식 구천서 등 어린 친구들도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어요. 투수는 박철순이라는 최고의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 컸지만 선우대영 황태환 등이 받쳐줬고, 포수도 조범현 김경문 등이 번갈아 마스크를 쓰고 투수들을 잘 리드해주면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OB는 원년 KS에서 후기리그 우승팀 삼성을 4승1무1패로 꺾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그의 방망이도 불을 뿜었다. 6경기에 모두 출장해 27타수 11안타로 0.407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2루타 3개를 포함해 1타점과 9득점으로 공격의 첨병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원년 KS의MVP는 6차전 만루홈런을 포함해 3홈런과 함께 타율 0.400(25타수 10안타) 12타점 3득점을 기록한 김유동이 차지했지만 윤동균 역시 공격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는 당시 KS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OB는 박철순도 허리 부상으로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삼성은 이선희 황규봉 권영호 등 15승 트리오가 있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9대1 정도로 삼성의 우세를 점쳤죠. 당시 박용곤 구단주가 ‘우리가 삼성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야구밖에 없다’면서 선수단을 격려해준 기억이 나네요. 저도 김영덕 감독님 앞에서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었죠. OB는 하나로 뭉쳐 마침내 우승을 했습니다.”

두산은 2017년 KS에서 1승 후 3연패로 밀리고 있다. 그러나 윤 회장은 “베어스는 늘 기적을 만들어 온 팀 아니냐”면서 “KIA도 모든 면에서 짜임새를 갖춘 강팀이지만, 두산도 저력이 있는 팀이다. 7차전까지 갈 것이라 예상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양 팀이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선배로서 양 팀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와 투혼을 당부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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