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 전북, 누군가 벤치를 지켰기에 모두가 우승할 수 있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5시 30분


사진제공|전북현대
사진제공|전북현대
최강희 감독, “누군들 출전 안하고 싶었겠나?”
김신욱~조성환~박원재 등의 헌신에 고마움
김민재부터 이동국까지 완벽한 신구조화


전북현대가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정상에 우뚝 섰다.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36라운드 홈경기(스플릿 라운드 3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승점72를 마크, 남은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상 등극을 확정했다.

후반에 이재성~이승기~이동국의 연속 우승 축포가 터지자 전주성은 축제분위기였다. 모두가 기대했던 이동국은 후반 20분에 교체출전한 뒤 33분에 대망의 개인통산 200번째 골을 넣었다. 로페즈의 짧은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이는 전북이 가장 원했던 모습의 우승 시나리오였다.

정규리그에서 제주에게 2차례나 무릎을 꿇어 한때 위기감도 있었지만 우승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달았던 10월에만 장소를 원정·홈으로 바꿔가며 제주에 2연승을 챙기며 완벽한 결실을 맺었다.

전북의 올해는 예전과 달랐다. 전주가 5~6월 국내에서 열린‘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개최지로 결정돼 한동안 익숙하지 않은 안방을 사용했다. 전반기의 사실상 전부를 책임진 전주종합운동장은 ‘원조 전주성’이란 거창한 별칭에도 불구, 미비한 조명과 구식 스탠드인 탓에 ‘아시아 챔피언’ 클럽이 활용하기에는 2% 부족했다.

선수단의 고민은 또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면서 전북 최강희 감독은 선수단의 활용에 애를 먹었다. 지난해까지는 많은 경기를 치러가며 선수들을 두루두루 기용했으나 올해는 줄어든 경기를 원활히 풀어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다. 부상자가 발생해도 스쿼드는 부족하지 않았다. 최소한 돌려 막을 카드는 언제나 있었다.

이러한 로테이션은 득점왕이나 도움왕 등 올 시즌 공격 포인트 경쟁에서 누구도 딱히 두드러진 족적을 남기지 못한 배경이 됐다. 반면 이번 우승으로 ‘개인보다 위대한’ 팀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전북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희생해야 했다. 빡빡한 출전시간 배분으로 누군가는 벤치를 지켜야만 했다. “미팅시간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쳐다보는데 일부러 외면하곤 했다. 눈이 딱 마주치면 출전을 갈망하는 그 친구를 외면하기 어려우니까 말이다”라던 최 감독이 유난히 “안쓰럽다”고 했던 선수가 있다. 장신(197.5㎝) 스트라이커 김신욱이다.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전북현대와 제주UTD의 경기에서 전북현대가 3-0 승리를 거두며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지으며 통산 5회 우승을 달성했다. 경기 후 전북현대 김신욱과 이동국(오른쪽)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전북현대와 제주UTD의 경기에서 전북현대가 3-0 승리를 거두며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지으며 통산 5회 우승을 달성했다. 경기 후 전북현대 김신욱과 이동국(오른쪽)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영입한 김신욱은 그야말로 ‘헌신의 아이콘’이었다. 베테랑 콤비 이동국~에두를 위해 출전을 양보할 때가 많았다. 원치 않는 임무를 맡을 때도 있었다. FC서울전에서는 팀 전략에 따라 전형적인 원 톱이 아닌, 섀도우 공격수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지만 엄청난 활동량으로 탈진 직전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최 감독은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제자가 한 말이 가슴을 울렸다고 털어놓았다. “(김)신욱이 이런 인터뷰를 했더라. ‘만약 풀 시즌을 소화했고 보다 많은 출전시간이 주어졌다면 올해 득점왕에도 도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베테랑 중앙수비수 조성환도 궂은일을 도맡았다. 스스로를 “우리 팀에서 난 백업도 아닌, 5번째 옵션”이라고 몸을 한껏 낮추면서도 불평 없이 기회를 기다렸다. 그의 파이터 기질은 경고누적이나 부상 등으로 센터백 라인에 구멍이 뚫리면 벤치가 먼저 찾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전북 조성환. 스포츠동아DB
전북 조성환. 스포츠동아DB

측면 풀백 박원재 역시 드문 출전기회에도 묵묵히 헌신했다. 최 감독은 “왜 많이 뛰고 싶지 않겠는가. 아마 날 정말 미워할 거다. 지속적으로 뛰겠다 싶은데, 어느 순간 새 얼굴이 합류해 있으니 속상한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북은 올 겨울과 여름이적시장에서 딱히‘큰 손’ 역할을 하지 않았다. 가장 공들여 데려온 대상이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뛰던 국가대표 왼쪽 풀백 김진수였다. 박원재와 딱 겹치는 위치였다.

‘희생’과 더불어 ‘조화’라는 단어도 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고참~중견~신진들까지 탄탄했다. 어떠한 포지션이든 완벽한 퍼즐을 만들었다. 이동국으로 상징되는 베테랑 멤버들이 있었고, 최철순~신형민~김신욱~이승기~김진수 등 중간급들도 팀이 완벽한 균형이 잡히도록 했다. 비록 부상으로 시즌 막바지에 역할을 못했으나 이재성~이용 등 울산현대에서 데려온 영입생들도 믿음직스러웠다. 한국축구에 희망을 불어넣은 신예 김민재는 가장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쳐 ‘영 플레이어상’ 후보 1순위다.

전북 관계자는 “조화와 희생이 올 시즌 우리의 핵심 포인트였다. 비록 조기에 우승을 확정지었지만 남은 2경기를 허술하게 흘려보낼 일은 없다. 힘겨운 순위경쟁을 펼칠 다른 팀들을 위해서라도 우린 최선의 경기력으로 매력적인 시즌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승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명문 팀의 전통과 자부심 그리고 팀과 함께 이어온 자랑스러운 전설이다. 전북은 명문 팀을 향한 전설의 스토리를 점점 만들어가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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