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방망이 KIA, 1988년 해태 이후 29년만에 팀타율 1위 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3일 05시 30분


29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IA 4번타자 최형우가 3회말 2사 2루 때 중월 투런홈런을 날리고 홈인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9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IA 4번타자 최형우가 3회말 2사 2루 때 중월 투런홈런을 날리고 홈인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재작년엔 정말 죽을 맛이었고, 작년엔 조금 나아졌는데, 지금은 지난 2년과 비교하면 행복하죠. 이제 조금 숨을 쉴 만합니다.”

KIA 박흥식 타격코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최근 수년간 KIA는 ‘식물타선’, ‘물방망이’ 등의 비아냥을 들어야했는데, 이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KIA 방망이가 제대로 터지고 있다. 어느 정도 상승을 기대하긴 했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핵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 3할대 팀타율, 상전벽해 KIA 타선

KIA는 6월27일 광주 삼성전부터 7월2일 잠실 LG전까지 KBO리그 사상 최초로 6연속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이 기간 팀타율 0.403에 79득점을 올렸다. 시즌 팀타율은 어느새 3할대(0.304)로 올라서며 단독 1위가 됐다.

2015년만 하더라도 팀타율이 0.251로 10개 구단 중 꼴찌였다. 타고투저 시대 속에 홀로 밑바닥을 쳤다. 지난해는 팀타율이 0.286으로 올랐지만 9위였다. 리그 평균타율이 0.29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랬기에 꼴찌에서 불과 2년 만에 1위로 올라선 올 시즌 타격의 반전은 놀라울 따름이다.

2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IA 8번타자 김민식이 3회말 솔로홈런을 날리고 홈인하며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텝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IA 8번타자 김민식이 3회말 솔로홈런을 날리고 홈인하며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텝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최형우 영입, 김선빈-안치홍 가세 효과

물론 올해 KIA 타선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다. FA(프리에이전트) 최형우의 영입과 함께 지난 시즌 말미에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키스톤 콤비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이 본격적으로 가세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기대를 웃도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꾸준함이 최대 강점인 최형우는 올 시즌에도 2일까지 타율 0.366에 18홈런 69타점을 기록하며 제몫을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선빈이 타율 0.378로 1위에 올라 있다는 점이 놀랍다. 안치홍 역시 0.340의 고타율로 타격 10위권 이내에 포진해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유일한 걱정거리였던 김주찬이 타격감을 찾으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부상으로 이탈했던 이범호도 최근 필요할 때 한방을 쳐주며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또한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명기가 펄펄 날고,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도 적응을 마쳤다. 사실상 1번부터 9번까지 만만하게 볼 타자가 아무도 없다. 타율 1위 김선빈이 9번타자를 치고 있는 팀인데,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박 코치는 “그렇다고 지금 김선빈을 다른 타순에 넣을 데도 없다”며 웃었다.

KIA 최형우-안치홍-김선빈(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최형우-안치홍-김선빈(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3할대 팀타율? 29년 만에 1위?

KIA는 2001년 해태를 인수한 뒤 한 번도 팀타율 1위를 하지 못했다. 대부분 하위권이었다. 우승한 2009년에도 팀타율(0.267)은 꼴찌였다. 해태 시절에도 우승을 밥 먹듯 했지만, 타격보다는 막강한 마운드의 힘이 밑바탕이 됐다. 해태가 타격 1위를 차지한 것은 1983년(0.268)과 1988년(0.283) 2차례였다. 올해 KIA로 이름을 바꾼 뒤 처음이자 해태 시절까지 포함해 29년 만에 타격 1위에 오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듯하다. 팀타율 3할은 삼성만 3차례(1987년 0.300, 2014년 0.301, 2015년 0.302) 달성했던 영역이다.

이제 반환점을 갓 돈 시점. 박 코치는 “타격은 기복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늘 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팀타율 3할 달성과 1위 예상은 섣부른 시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식물타선’이라는 비아냥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좋을 만큼 KIA 타선은 환골탈태했다는 점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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