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출전 두산 정진호, 5회에 ‘사이클링 히트’

  • 동아일보

박건우 다쳐 1군 올라온 다음날 ‘역대 최소 이닝 달성’ 진기록
5회 투런은 삼성 울린 결승포… 2회 동점 빌미 준 실책도 만회

정진호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5회말 투런포를 날리며 일찌감치 사이클링 히트를 확정짓는 순간. 이 한방으로 정진호는 프로야구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정진호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5회말 투런포를 날리며 일찌감치 사이클링 히트를 확정짓는 순간. 이 한방으로 정진호는 프로야구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정진호(29·두산)가 프로야구 역대 23번째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타자가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때려내는 일) 주인공이 됐다.

정진호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최근 주전 우익수로 나서던 박건우(27)가 햄스트링으로 빠진 자리에 6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정진호가 대신 들어선 것. 박건우의 부상이 이 경기 전까지 타율 0.233(43타수 10안타)을 기록 중이던 정진호에게 행운의 대기록을 선물한 셈이 됐다. 정진호도 이날 경기 후 “(박)건우에게 제일 고맙다”며 웃었다.

정진호는 1회 첫 타석부터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어 2회말에는 가장 치기 어렵다는 3루타를 때리는 데 성공했다. 정진호가 우중간으로 날린 타구를 잡으려 삼성 중견수 박해민(27)이 몸을 날렸지만 글러브에 닿지 않았고 그사이 정진호는 3루에 안착했다.

4회말 단타를 추가하며 사이클링 히트에 홈런만 남겨둔 정진호는 5회말 삼성 두 번째 투수 최충연(20)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면서 결국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날 정진호는 첫 타석부터 4연타석 내리 안타를 치면서 네 타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네 타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한 건 정진호가 여섯 번째지만 5회가 끝나기 전은 정진호가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다.

정진호가 때린 홈런 공은 삼성 우익수 구자욱(24)이 챙겼다가 두산 더그아웃에 전달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기 전까지 이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던 정진호는 “구자욱이 원래부터 센스가 있는 친구다. 이번 3연전 때 밥 한 번 사주기로 했는데 아주 맛있는 걸로 사줘야겠다”고 말했다.

정진호가 5회말 때린 홈런은 두산이 7-7에서 9-7로 달아나게 하는 홈런이기도 했다. 두산이 이 점수 그대로 승리하며 이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다. 정진호는 이날 7회말에도 단타를 추가하며 5타수 5안타 2타점 3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정진호가 한 경기에서 안타를 4개 이상 친 적도 이날이 처음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정진호는 팀이 3-1로 앞선 2회초 1사 1, 3루에서 삼성 이지영(31)이 때린 타구를 쫓다가 포구 위치를 놓치면서 동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정진호는 경기 후 “딱 맞는 순간부터 라이트 불빛에 공이 들어갈 것 같았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왜 하필 이런 일이 일어나나 속상했다. 선발 투수 유희관(31) 선배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말했다.

올해 사이클링 히트를 친 건 넥센 서건창(28)에 이어 정진호가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서건창이 4월 8일 사이클링 히트를 칠 때 상대팀이 정진호의 소속 팀 두산이었다. 이날 정진호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박건우 역시 지난해 6월 16일 사이클링 히트를 친 적이 있다. 두산(옛 OB 포함) 선수로서는 정진호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다섯 번째 선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두산 베어스#정진호#사이클링 히트#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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