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독불장군 슈틸리케, 이젠 귀를 열어야할 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5일 05시 45분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무색무취의 전략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선발 기준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 ▲대책 없는 상대 대응 등 지적요소도 다양하다. 2014년 10월 취임 이후 2년 가까이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상대들을 만난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부터 계속 흔들리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보고 자란 ‘황금세대’가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음에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먹구름이 잔뜩 낀 월드컵 본선 진출도 걱정스럽지만, 이런 상태로는 본선에 올라도 불안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하나 무엇보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A매치가 끝나면 각종 온라인 축구게시판의 팬 반응까지 살피고, 여론의 눈치를 보는 슈틸리케 감독이 아이러니하게도 안팎의 목소리에는 귀를 전혀 열지 않고 있다. 인터뷰 때마다 실언을 반복하며 자기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문제점을 꼬집는 이들을 사실상 ‘적’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홈 7차전에서 졸전 끝에 1-0으로 이긴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의 행동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포메이션 변화 및 포지션 조정’ 이유를 묻는 지극히 평이한 질문이었음에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답을 내뱉었다. “이전에 전술변화가 없다고 비난받았는데, 지금은 (변화를 줘) 다른 논란을 불러온 것 같다.” 그리고는 선수들에게 “내가 여러분을 향한 비판을 방어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남겼다는 후문이다.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이날 질문은 그리 날카롭지도, 공격적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과민반응을 보였고, 심지어는 비판의 대상을 자신이 아닌 선수들로 돌려놓는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거듭된 졸전은 우리의 문제”라고 자책한 선수들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주 평범한 패스를 놓치고 맥을 끊는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하는 ‘기준미달’의 선수를 선택한 것도, 목적과 방향이 모호한 전술을 짠 것도 모두 슈틸리케 감독이다. ‘선수들이 직접 전략을 만들고 임기응변을 발휘해 대응한다’는 뒷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개별미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스킨십과 교감이 없다는 얘기다.

3일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논의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조건부 유임’을 결정했다. 정말 마지막 기회다. 불통은 화를 낳는 법이다. 가슴과 귀를 활짝 열어 진심 어린 충고를 받아들이는 유연함과 묵직한 입을 갖춘 슈틸리케 감독을 보고 싶다. 또 하나, 과감히 직언할 수 있는 수석코치는 지금이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의 유임 결정이 ‘시간벌이용’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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