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올림픽 메달 꿈꾸는 14세 소녀

  • 동아일보

크로스컨트리 유망주 봉현채… 장애인겨울체전서 2종목 석권
작년 체전선 비장애인 꺾고 우승도

제14회 장애인겨울전국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시각 부문 2관왕 봉현채(왼쪽)와 어머니 추순영 골볼 여자 대표팀 코치. 추순영 코치 제공
제14회 장애인겨울전국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시각 부문 2관왕 봉현채(왼쪽)와 어머니 추순영 골볼 여자 대표팀 코치. 추순영 코치 제공
엄마는 딸을 유치원 대신 ‘꼬마 스포츠단’에만 열심히 보냈다. 시각장애 1급인 엄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각장애를 물려받은 딸도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을 발달시켜 놓아야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다치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시각장애 2급인 딸은 이제 엄마처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만 출전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소녀로 자랐다. 딸의 꿈은 패럴림픽과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차지하는 것이다. 추순영 골볼 여자 대표팀 코치(44)와 봉현채(14) 이야기다. 골볼은 상대 골대에 공을 넣어 승부를 가리는 시각장애인 경기다.

봉현채는 강원 평창군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장애인겨울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해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시각부문 5km 프리와 2.5km 클래식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대회가 끝나면 봉현채는 10일부터 곧바로 전국체전 경기에 나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승부를 겨룬다. 그는 지난해에도 비장애인 체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었다.

봉현채는 “브라이언 매키버(37·캐나다)라는 시각장애 크로스컨트리 선수가 있는데 비장애인 대회에서도 곧잘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그 선수가 롤모델”이라며 “비장애인 대회에 나가면 (앞에서 길을 알려주는) 가이드가 없어 코스를 머릿속에 다 외우고 타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지만 꼭 패럴림픽과 올림픽에 모두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코스를 다 외운 평창에서 내년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지만 봉현채는 출전할 수 없다. 나이 기준(만 16세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 코치는 “현채가 호적을 바꿔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아쉬워했다”며 “앞으로 꼭 꿈을 이룰 수 있게 뒤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아버지인 ‘한국 장애인 역도의 전설’ 봉덕환 전 대표팀 감독(53)도 봉현채의 든든한 후원자다.
  
평창=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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