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 34:28 기적의 사나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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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최다점수차 역전극 주역, 뉴잉글랜드 쿼터백 톰 브래디

세상이 나를 조금 늦게 알아준다고 나쁠 건 없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돼 있기만 하면 된다. 톰 브래디(40)를 보면 확실히 그렇다.

맞다. 6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서 소속 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챔피언으로 만든 그 쿼터백이 브래디다.

쿼터백은 팀의 전술을 지시하는 핵심 선수이면서 직접 공을 가지고 달리거나 패스를 통해 공격을 이끈다. 브래디는 이날 슈퍼볼 역사상 최고 기록인 466 패싱 야드(약 426.1m)를 기록하면서 팀이 34-28로 애틀랜타 팰컨스를 꺾는 데 앞장섰다. 터치다운 패스 둘을 포함해 패스 시도 62번 중 43개를 정확히 연결한 브래디는 이날 생애 네 번째로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슈퍼볼 MVP를 네 번 탄 건 슈퍼볼 51년 역사상 브래디가 처음이다. 패스 시도 62번도 슈퍼볼 사상 최다이다.

경기를 앞두고 “어머니를 위해 꼭 우승하겠다”던 브래디는 약속을 지켰다. 브래디의 어머니는 1년 이상 투병하고 있다. 브래디는 어머니의 병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힘겨운 시즌을 보내야 했다고 고백했다. “어머니가 관중석에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한 브래디의 말에 답하듯 어머니는 이날 경기장을 찾아 아들의 우승 모습을 지켜봤다.

스포츠 및 각종 사회 문제를 통계로 풀어내는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www.fivethirtyeight.com)에 따르면 이날 전반전이 끝났을 때 3-18로 뒤져 있던 뉴잉글랜드가 역전에 성공할 확률은 0.4%밖에 되지 않았다. 3쿼터에는 점수 차가 3-28로까지 벌어졌다. 브래디는 4쿼터 들어 제 컨디션을 되찾으며 승부를 슈퍼볼 역사상 첫 번째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처음 연장전을 치른 만큼 경기 시간도 슈퍼볼 역사상 가장 길었다. 제51회 슈퍼볼 총경기 시간은 63분 58초였다. 이 중 뉴잉글랜드가 경기에서 앞선 건 연장전 ‘서든 데스’ 득점에 성공한 우승 확정 순간뿐이다. 슈퍼볼에서 25점 차를 뒤집은 것도 브래디가 처음이다.

역시 끝이 좋으면 시작은 아무래도 좋다. 브래디는 2000년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99위로 지명받았다. 2001년 시즌 도중 주전 쿼터백 드루 블레드소(45)가 다치지 않았다면 브래디는 진작 유니폼을 벗었을지 모른다. 그는 주전을 바로 꿰찬 그해 뉴잉글랜드를 슈퍼볼 정상으로 이끌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0년 드래프트에서 브래디보다 먼저 이름이 불린 쿼터백은 모두 6명이다. 이 6명 중 주전 쿼터백으로 슈퍼볼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브래디는 이번에 다섯 번째 슈퍼볼 정상에 올랐다. 쿼터백 중 최다이다.

슈퍼볼 이전 역사까지 따지면 그린베이의 쿼터백 바트 스타(83) 역시 팀을 다섯 차례 NFL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스타는 브래디보다 시작이 더 안 좋았다. 스타는 1956년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200위로 뽑혔다. 역시 남들이 알아주는 순서대로 운명이 판가름 나지는 않는다.

만약 남들이 빨리 알아주는 게 중요했다면 이날 슈퍼볼에서도 200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출신 쿼터백 맷 라이언(32)이 이끄는 애틀랜타가 이겼어야 했다. 라이언은 올 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지만 결국 슈퍼볼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면서 ‘정규리그 MVP는 슈퍼볼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란 속설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말았다. NFL에서는 2000년 이후 슈퍼볼 정상을 차지한 정규리그 MVP가 아무도 없다.

한편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등에 따르면 이날 슈퍼볼을 중계한 FOX방송은 경기 중 30초짜리 광고를 평균 550만 달러(약 62억6120만 원)에 팔았다. 지난해보다 50만 달러 오른 금액이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가 90초, 기아자동차가 60초짜리 광고를 내보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슈퍼볼#톰 브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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