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아버지 위해… 더 강해진 이승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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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불편한데도 매 경기 관전… 아버지에게 최고 모습 보여줄 것”
헤인즈 공백 메우며 투혼 불살라

이승현(오른쪽)이 지난해 아버지(오른쪽에서 두 번째), 어머니, 형과 제주도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출처 이승현 인스타그램
이승현(오른쪽)이 지난해 아버지(오른쪽에서 두 번째), 어머니, 형과 제주도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출처 이승현 인스타그램
 지난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쯤 프로농구 오리온 이승현(25)의 부친 이용길 씨와 서울 용산구 후암시장 인근 아귀찜 전문점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봄 건강검진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이 씨는 가장 즐겼던 음식인 아귀찜을 한 점도 입에 대지 못했다. 암세포가 전이된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그저 아들 걱정뿐이었다. 이 씨는 “승현이가 태어나고 6개월 됐을 때 가와사키병(급성 열성 혈관염)에 걸려 고생을 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내가 병에 걸려 승현이가 맘고생을 하게 됐다.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빨리 털고 일어나야 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런 이 씨를 보며 암 투병 소식을 도저히 쓸 수 없었다.

 이승현은 “아버지의 암 발병 사실을 안 뒤 심적으로 흔들려 이번 시즌 준비를 잘 못했다”며 한동안 흔들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훈련과 경기에 매진하는 계기로 삼았다. 지난해 말 아버지의 투병 사실이 갑자기 세상에 알려져 다소 당황했지만 책임감을 더 느끼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데도 경기를 보러 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승현은 4일 KGC전에서 18득점, 10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85-69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주포인 애런 헤인즈(36)가 발목 부상으로 빠진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거의 매 경기 10개 가까운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골밑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이런 가운데 이승현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헤인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온 제스퍼 존슨의 계약 기간이 끝났다. 돌아온 헤인즈의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아 3, 4경기 정도 투입이 어려워 이승현이 골밑에서 해야 할 역할이 커졌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을 믿고 협력 수비 도움 없이 일대일로 상대 외국인 센터에 대한 수비를 맡길 예정이다. 이승현이 골밑에서 협력 수비 도움 없이 잘 버텨준다면 팀의 장신 포워드들이 상대의 다른 득점 루트를 막는 데 한층 여유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폐암 투병은 이승현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이승현은 아버지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매 경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승현은 이번 시즌 아버지가 자신이 출전하는 오리온의 고양 안방경기를 모두 관람하길 바라고 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선택적으로 암세포만을 죽이는 표적 항암 치료를 받으며 발견 당시와 비교해 암 세포 크기가 커지지 않고 있다.

 한편 6일 강원 원주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오리온이 동부에 78-89로 졌다. 전자랜드는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KCC를 89-80으로 꺾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농구#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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