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편한데도 매 경기 관전… 아버지에게 최고 모습 보여줄 것”
헤인즈 공백 메우며 투혼 불살라
지난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쯤 프로농구 오리온 이승현(25)의 부친 이용길 씨와 서울 용산구 후암시장 인근 아귀찜 전문점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봄 건강검진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이 씨는 가장 즐겼던 음식인 아귀찜을 한 점도 입에 대지 못했다. 암세포가 전이된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그저 아들 걱정뿐이었다. 이 씨는 “승현이가 태어나고 6개월 됐을 때 가와사키병(급성 열성 혈관염)에 걸려 고생을 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내가 병에 걸려 승현이가 맘고생을 하게 됐다.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빨리 털고 일어나야 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런 이 씨를 보며 암 투병 소식을 도저히 쓸 수 없었다.
이승현은 “아버지의 암 발병 사실을 안 뒤 심적으로 흔들려 이번 시즌 준비를 잘 못했다”며 한동안 흔들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훈련과 경기에 매진하는 계기로 삼았다. 지난해 말 아버지의 투병 사실이 갑자기 세상에 알려져 다소 당황했지만 책임감을 더 느끼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데도 경기를 보러 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승현은 4일 KGC전에서 18득점, 10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85-69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주포인 애런 헤인즈(36)가 발목 부상으로 빠진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거의 매 경기 10개 가까운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골밑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이런 가운데 이승현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헤인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온 제스퍼 존슨의 계약 기간이 끝났다. 돌아온 헤인즈의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아 3, 4경기 정도 투입이 어려워 이승현이 골밑에서 해야 할 역할이 커졌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을 믿고 협력 수비 도움 없이 일대일로 상대 외국인 센터에 대한 수비를 맡길 예정이다. 이승현이 골밑에서 협력 수비 도움 없이 잘 버텨준다면 팀의 장신 포워드들이 상대의 다른 득점 루트를 막는 데 한층 여유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폐암 투병은 이승현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이승현은 아버지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매 경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승현은 이번 시즌 아버지가 자신이 출전하는 오리온의 고양 안방경기를 모두 관람하길 바라고 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선택적으로 암세포만을 죽이는 표적 항암 치료를 받으며 발견 당시와 비교해 암 세포 크기가 커지지 않고 있다.
한편 6일 강원 원주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오리온이 동부에 78-89로 졌다. 전자랜드는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KCC를 89-80으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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