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주경야독 추일승, 300승이 더 값진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5시 45분


오리온 추일승 감독(왼쪽)이 25일 모비스와의 홈경기 하프타임에 열린 개인통산 300승 달성 기념행사 도중 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가운데는 오리온 박성규 단장, 오른쪽은 주장 김도수. 고양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오리온 추일승 감독(왼쪽)이 25일 모비스와의 홈경기 하프타임에 열린 개인통산 300승 달성 기념행사 도중 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가운데는 오리온 박성규 단장, 오른쪽은 주장 김도수. 고양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감독하면서도 석·박사 학위 취득
‘찾아가는 스타일’의 새 전략 귀감
추 감독 “선수들과 소통에 큰 도움”


오리온 추일승(53) 감독은 남자프로농구 역대 5번째로 개인통산 300승을 달성했다. 25일 모비스를 78-70으로 꺾어 617경기에서 301승316패를 기록 중이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난 추 감독은 “프로 감독을 처음 맡았을 때만 해도 이 자리에 오르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 감독직에서 물러났을 때 다시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수많은 패배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상무 감독 시절 이기는 데 익숙했던 그는 프로에 뛰어든 이후로는 패배가 더 잦았다. 쓰라린 경험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2003년 코리아텐더(현 kt) 지휘봉을 잡은 그의 시작은 4연패였다. 8연패를 경험한 적도 있다. 팀이 갑자기 인수되면서 자리를 위협받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지켜 KTF 사령탑 시절이던 2006∼2007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에도 오르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2009년 4월 팀을 떠나게 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평가는 노력하는 감독 정도였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 스포츠동아DB
오리온 추일승 감독. 스포츠동아DB

그러나 추 감독은 남몰래 땀을 흘렸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석·박사 학위를 받으며 끊임없이 공부했다. 농구공부뿐이 아니었다. 석사과정을 통해서는 스포츠생리학, 스포츠심리학 등 지도자에게 필요한 지식을 넓혀갔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한층 더 논리적 사고를 하게 됐고, 야인 시절 일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추 감독은 “힘들었지만 학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학위를 받은 게)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를 준비하고, 선수들에게 설명하는 과정 등을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등 많은 도움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추 감독은 결국 꽃을 피웠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2015∼2016시즌 달성했다. KCC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선 상대 에이스 안드레 에밋을 봉쇄하는 수비법을 들고 나와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늘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스타일인 그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노력하지 않고 로비와 뒷배를 앞세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사람들로 인해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이른바 ‘비주류’라고 불리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일군 것이기에 추 감독의 300승은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최용석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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