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조교사 “아들아, 700승까지 함께 달리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5시 45분


500승에 이어 600승까지 함께 달성한 아버지와 아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의 이희영 조교사, 600승을 선물한 이혁 기수, ‘굿루루’(사진 오른쪽부터)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부자(父子)의 다음 목표는 700승이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500승에 이어 600승까지 함께 달성한 아버지와 아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의 이희영 조교사, 600승을 선물한 이혁 기수, ‘굿루루’(사진 오른쪽부터)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부자(父子)의 다음 목표는 700승이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 이희영 조교사 데뷔 30년만에 600승

아들 이혁, ‘굿루루’와 함께 600승 선물
이희영 “좋은 경주마 확보에 주력할 것”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활약 중인 이희영 조교사(56)가 데뷔 30년 만에 600승을 달성했다. 2012년 500승에 이어, 이번에도 아들 이혁 기수(29)가 아버지에게 감격스런 선물을 안겼다.

모든 상황이 2012년 2월12일과 비슷했다. 좀처럼 우승을 기대하기 힘든 여건이었지만 이혁 기수는 지친 말을 다독이며 막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위 경주마와의 차이는 3/4마신에 불과했다. 아버지에게 500승을 선물했던 아들은 그렇게 4년 10개월 만에 600승을 안겼다. 이희영 조교사는 “인기마도 아니고, 센 말들도 많았는데 1등으로 들어왔다. 500승 때도 우승을 기대하기 힘들어 기쁨보단 놀라움이 컸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버지로서, 그리고 조교사로서 아들이 600승을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은 늘 있어왔다. “이혁에게 수차례 ‘네가 600승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럴 경주마가 당장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600승을 달성한 ‘굿루루(미국· 3세)’는 장기 휴양 이후 8개월 만에 출전하는 말이었다”고 당시를 복기했다.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을 이뤄낸 이혁 기수의 우승 순간을 복기하면서 아버지 이희영 조교사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희영 조교사는 기수로 먼저 경주로 땅을 밟았다. 1976년 당시 17세의 어린 나이에 경마에 데뷔하며 많은 이목을 끌었다. “당시에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기수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물론 그런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했다.

조교사로 전향한 것은 10년 뒤인 1986년 27세 때였다. 기수생활을 하며 입은 부상과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조교사로 이끌었다. “(기수로 활동하면서) 워낙 많이 다쳤다보니 조교사 시험을 준비할 때 정작 부모님께서 더 기뻐하셨다”고 털어놓았다. 조교사 데뷔 다음해인 1987년 명마 ‘청하’와 함께 그랑프리를 제패하며 명 조교사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많은 말과 기수를 만나 좋은 추억과 기록을 쌓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의 기수 데뷔를 마냥 반기지 않았다. “‘아들까지 고생시키려고 그러냐’며 주변에서도 많이 말렸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도 기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고 했다. 2016년이 가기 전에 큰 선물을 받은 이희영 조교사의 내년 목표는 경주마의 원활한 수급이다.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좋은 경주마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좋은 경주마를 더 확보해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보겠다. 여러 마주들이 힘을 보태줬다. 특히 서순배 마주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마방식구들과 늘 응원해주는 경마팬, 가족에게 감사한다”고 했다”고 했다. 700승도 아들 이혁 기수와 함께하고 싶다는 이희영 조교사는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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