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승 함께… 한국 女골퍼 ‘특급 도우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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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유소연 등 우승 도운 캐디 허든
올 시즌 국내 정착… 고진영과 찰떡호흡

고진영과 그의 캐디 딘 허든(왼쪽). 양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고진영과 그의 캐디 딘 허든(왼쪽). 양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키 185cm에 0.1t이 넘는 우람한 체구인 그는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외모를 지녔다.

 19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만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간판 스타 고진영(21·넵스)의 호주인 캐디 딘 허든(52). 20일 이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KB금융스타챔피언십을 앞두고 이날 고진영과 연습라운드에 나선 그는 다른 한국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부터 나눴다.

 허든은 한국 선수 특급 도우미로 불린다. 2008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던 신지애, 유소연, 서희경, 장하나, 전인지, 김효주의 캐디를 맡은 뒤 올해부터는 한국에 둥지를 마련하고 고진영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한국 선수와 합작한 우승만도 통산 30승이다. 올 시즌 고진영이 KLPGA투어에서 15차례 톱10에 들며 특급 대회에서만 3승을 거둔 데는 허든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프로골퍼 출신인 허든은 “선수 시절인 1980년대 후반 코리아오픈에 출전했던 기억이 난다. 최경주의 캐디를 하기도 했다. 뛰어난 골프 선수들이 많은 한국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강한 정신력을 지닌 고진영은 지난해보다 일관성이 향상돼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영어 실력도 뛰어나 즐겁게 일한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허든은 경험이 풍부해 바람과 거리 측정을 잘한다. 클럽 선택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내가 가라앉아 있을 때는 분위기를 잘 끌어올린다”며 고마워했다.

 캐디로 장수하는 비결에 대해 허든은 “한국 선수들은 내성적인 성격이 많아 플레이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수가 나와도 빨리 잊어버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고 말했다.

 1000달러 정도의 주급을 받는 허든은 이번 시즌 상금만 10억 원 가까이 번 고진영의 활약 속에 올해 1억 원가량의 수입(인센티브 포함)을 올렸다. 한국에서 750만 원을 주고 장만한 중고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그는 다음 달 인천의 원룸에서 방 3개짜리 아파트로 이사한다고 자랑했다.

 국내에 정착한 외국인 캐디 1호인 허든은 “호주인과 한국인은 공통적으로 캐주얼한 스타일에 사적인 사교를 즐기며 스포츠와 맥주를 좋아한다. 쉴 때는 삼겹살과 김치찌개 등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신다”며 웃었다.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뒤 어머니마저 2년 전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뜬 허든은 “한국 선수들과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 캐디 은퇴 후에는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캐디 허든#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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