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감독시장, 2014년 칼바람보다 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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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넥센 감독 염경엽-전 SK 감독 김용희-전 삼성 감독 류중일-전 kt 감독 조범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전 넥센 감독 염경엽-전 SK 감독 김용희-전 삼성 감독 류중일-전 kt 감독 조범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2014년 가을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적어도 KBO리그엔 그랬다. 9개 팀 중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5개 팀 감독이 교체되는 ‘칼바람’이 불었다.

프로야구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감독 교체였다. 당시엔 9개 구단 체제로 절반이 넘는 팀 감독이 잘렸다. 그것도 정확하게 가을야구 커트라인인 4위 감독까지만 살아남았다. 당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과 넥센, NC, LG 사령탑만이 자리를 지켰다.

5위로 문턱을 넘지 못한 SK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만수 감독과 결별했다. 6위 두산은 3년 계약의 첫 해였던 송일수 감독을 성적부진의 이유로 경질해버렸다. 7위 롯데 역시 3년의 계약기간 중 1년이 남은 김시진 감독을 경질했다. 8위 KIA는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을 발표했으나, 악화된 여론 때문에 선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꼴찌 한화는 김응용 감독과 2년 계약을 마감하고 작별했다. 계약기간이 끝난 SK와 한화는 그렇다 쳐도 두산과 롯데는 아예 경질을 선택했다. KIA는 선 감독이 스스로 물러났다.

올해도 벌써 4명의 감독이 짐을 쌌다. 계약기간이 끝난 SK 김용희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 kt 조범현 감독이 구단과 결별했다. SK는 6위, 삼성은 9위, kt는 10위로 가을야구에서 멀어졌다.

여기에 계약이 1년 남은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부터 구단에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준플레이오프(준PO) 패배 후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이게 끝은 아니다. 추가적으로 감독 이동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2014년처럼 역대 최다인 5명의 감독이 교체될 수도 있다.

타의로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용희, 류중일, 조범현 감독과 달리 염경엽 감독은 구설 끝에 자의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물론 정규시즌 상위권에 위치해 포스트시즌 경기까지 남겨뒀던 지난 8월1일, 감독이 먼저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부터 상식과는 맞지 않는다. 선원들을 두고 선장이 먼저 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었다. 당연히 조용히 시즌을 끝내길 바라는 건 요행이었다. 함께 팀을 이끄는 코치들도,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도 귀가 있는데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넥센은 준PO에서도 밑에서 올라온 LG에 1승3패로 무기력하게 밀려 잔치판을 떠났다.

염경엽 감독과의 ‘사전접촉설’ 당사자가 된 SK는 이를 긴급히 진화하고, “염경엽 감독과 계약은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의혹을 완전히 떨쳐내긴 힘들지만, 어쨌든 당사자인 염 감독은 “떠나겠다”는 통보와 SK와의 접촉설로 1년을 통째로 쉬게 됐다. KBO리그에 유례없는 ‘진짜 자진사퇴’다. 넥센도 준비해온 감독 후보군에 대한 검토를 서두르게 됐다.

그러나 2014년처럼 가을야구 탈락이 모두 경질로 이어지진 않았다. 8위 롯데는 초보 감독으로 첫 해를 보낸 조원우 감독을 공식적으로 재신임했다. 7위 한화는 아직 그룹의 결정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PO를 준비하고 있는 2위 NC도 김경문 감독과 계약기간 마지막 해로 추가이동이 발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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