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승부조작 막는 보호막이 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6일 05시 30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구단과 KBO 모두 선수 관리를 하지 못했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움직이고 있다.”

현직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승부조작 파문에 대한 KBO의 대책을 듣고 개탄했다. KBO는 22일 발표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을 통한 부정행위 및 품위손상행위 재발방지 대책에 ‘에이전트 제도 조기도입’을 포함시켰다. A씨는 “KBO도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특별히 반대할 만한 명분이 없는데 이 사태를 방치해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선수들이 ‘문화’처럼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운동만 해온 선수들은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인간관계에 있어 검증할만한 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멘토’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선배나 동료 선수, 혹은 구단 직원에게도 얘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대리인 혹은 소속사가 없는 경우, 선수들이 ‘아는 형님’으로 접근해오는 스폰서의 유혹에 그대로 노출돼 있고 이를 상의할 창구조차 부족하다는 것이다.

KBO도 에이전트가 금전적인 문제와 법적인 문제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클린베이스볼센터장’에 임명된 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에이전트는 돈 관리나 법률적 문제에서 컨설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옆에서 매니저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결국 돈 문제인데 이건 에이전트에게도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에이전트가 선수들의 일탈 행위를 막는 최일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만약 선수에게 문제가 생기면 에이전트가 직접 신고할 수도 있다. 전체 선수가 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 물론 저연봉 선수들을 보호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나머지는 노출 위험성이 높은 선수들 위주로 구단이 관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태양(NC)·문우람(넥센· 현 상무)의 사례처럼 에이전트를 준비 중이라며 브로커가 접근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결국 에이전트 자격에 대한 심사가 매우 중요하다. KBO측은 이에 대해 “선수협에서 정리를 하고 있고, KBO가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했다.

현재 에이전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이들도 ‘자격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일본처럼 변호사들에게 에이전트를 허용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의 명의만 빌려 악용하는 자격 미달의 에이전트가 나올 위험성도 있다. 체육단체 혹은 관련 업무 경력 등 최소한의 인증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를 1명이라도 보유하면 공식 에이전트 자격을 준다. 이 관계자는 “1군에서 일정 기간 이상 머문 선수들의 보유 여부 등을 기준점으로 마련하면 어느 정도 정화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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