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현 “다시 그 상황 와도 공 향해 뛰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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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끝내기 실책 악몽 털고 비상 준비하는 SK 김성현

SK 김성현(사진)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스마트폰 문자 공세에 시달렸다. 프로야구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나온 세 번째 끝내기 실책을 빨리 잊어버리라는 문자들이었다. 지난 시즌 SK는 시즌 막판까지 5위 싸움을 벌이다 어렵게 얻은 넥센과의 와일드카드전에서 연장 11회 김성현의 실책으로 패했다.

“경기 끝나고 문자가 정말 많이 왔는데 그땐 위로받는 것도 싫었어요. 아예 모든 게 싫었어요. 결국 시간이 약이었던 것 같아요. 바로 다음 경기가 이어졌다면 영향을 받았을 텐데 그날로 시즌이 끝났으니까….” 그는 “좋은 경험도 아니었고 다신 안 해도 될 경험”이라면서도 어쨌든 야구선수로서 큰 경험이 됐다고 했다.

애매한 위치에 떴던 타구를 괜히 달려들었다가 가을잔치를 망친 장본인이 된 게 후회스럽진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당연히 달려갈 거다. 내가 잡았어야 할 공”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서 김성현은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2년 동안 맡았던 주전 유격수 자리에는 새 외국인 선수 고메즈가 나섰다. 지난해 개인 최다인 129경기에 출전했지만 실책 22개로 리그 1위에 오르며 안정감을 주지 못한 탓이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줄곧 유격수로만 뛰었던 김성현에게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가 올 시즌 목표를 ‘한 자릿수 실책, 두 자릿수 홈런’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야수가 실책하면 점수와 연결되고 승패에도 영향을 주잖아요. 실책을 줄여야만 팀도 살고, 저도 살 것 같아요.”

쉬운 목표는 아니다. 지난 시즌 이 기준을 충족시킨 유격수는 한 명도 없었다. 2루수 중에도 오재원, 박경수밖에 없었다. ‘평화왕’ 강정호(피츠버그)도 2009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6년을 뛰고 나서야 넥센시절이던 2014 시즌 실책을 한 자릿수(9개)로 줄였다. 지난 시즌까지 한 시즌 최다 홈런이 8개인 김성현은 “목표라기보단 바람”이라면서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니까…”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스윙할 때 왼쪽 팔이 자꾸 밑으로 떨어져 타구에 힘이 잘 안 실렸던 김성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왼쪽 손목의 힘을 키우고 타격 포인트를 앞에 놓는 훈련을 반복했다. 덕분에 벌써 담장을 세 차례나 넘겼다. 고메즈의 부상으로 최근 다시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 김성현은 개막 한 달이 지난 현재 홈런 3개, 실책 3개를 기록 중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sk 김성현#포스트시즌#끝내기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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