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 제조기’ 박병호…ML서도 ‘넥센모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9일 05시 45분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클리블랜드전 135m짜리 5호 홈런…14안타 중 5개가 홈런·장타율 0.569

투수친화적인 타깃필드 백스크린 강타
삼진 줄고 비거리·타구 속도 ML 정상급
송재우 해설위원 “넥센시절과 차이 없다”


박병호(30)는 넥센 시절 KBO리그를 초월한 레벨의 데이터를 보여줬다. 홈런과 타점숫자는 말할 것도 없고, 타구 비거리와 타구 속도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이런 가치를 평가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는 1285만 달러의 입찰금액(5년 최대 1800만 달러의 연봉은 별도)을 투자해 박병호를 영입한 것이다. 그러나 KBO리그보다 투수가 강하고, 야구장이 큰 메이저리그에서 박병호의 파워가 얼마나 통할지에 관해서는 미온적 시각이 우세했다. ‘20홈런, 2할 초반 타율만 해내도 성공’이라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눈앞의 박병호는 생각 이상의 타자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28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전 1점홈런으로 17경기 58타수에서 5홈런을 터뜨렸다. 14안타 중 5개가 홈런이고, 4개가 2루타다. 장타율은 0.569. 미네소타 최강의 파워히터로 입지를 굳혔다.

● 넥센 모드로 가고 있는 박병호

타깃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홈경기에 미네소타 5번 지명타자로 기용된 박병호는 1회말 첫 타석 1사 2·3루에서 나온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보탰다. 4회 3루 땅볼로 아웃됐지만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클리블랜드 기교파 우완선발 조시 톰린의 초구(시속 137km 커터)를 받아쳐 타깃필드 정중앙 담장을 넘겼다. 투수친화적이라 홈런이 나오기 힘든 타깃필드의 백스크린을 때리는 비거리 135m짜리 초대형 홈런이었다. 7회 2사 만루에서는 삼진으로 아웃돼 3타수 1안타 2타점으로 경기를 마친 박병호의 타율은 0.241(48타수 14안타)로 상승했다. 첫 멀티타점 경기도 해냈다. 시즌 7타점.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박병호의 타격 추이에 관해 “넥센 시절과 별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지금처럼 적응을 거듭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 근거로 송 위원은 “삼진 페이스(17경기 20삼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뜬공 타구 비거리(27일 기준 평균 105m 이상)와 타구 속도(97마일·약 156km)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이라고 설명했다.


최강타자로 가기 위해 남은 과제들

더 긍정적인 시선은 박병호가 장타력을 극대화하는 스타일이라 삼진숫자에 구애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 점이다. 박병호의 홈런 비거리와 타구 속도를 보면 KBO리그 데이터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일정부분 유의미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타깃필드 좌, 중, 우 어디든 넘길 수 있는 박병호에게 파크팩터(어느 구장에서 점수가 많이 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는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95마일(시속 153km) 이상의 강속구를 홈런으로 쳐낼 수 있느냐와 몸쪽 볼이 들어왔을 때 몸통스윙으로 장타를 터뜨릴 수 있느냐만 남았다. 득점권 타율도 물꼬를 터야 한다. 미네소타는 5-6으로 패했는데 7회 2사 만루에서 삼진이 아쉬웠다. 잭 매칼리스터의 95마일 강속구를 공략하지 못하고 헛스윙 삼진을 당한 것은 아직 갈 길이 남았음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박병호의 30홈런이 긍정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끝없이 노력하는 타자임을 알기 때문이다. 믿고 기다릴수록 박병호는 기대 이상을 보여줄 준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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