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치지마” 히메네스 바꾼 양상문 감독의 역발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6일 05시 45분


LG 히메네스. 스포츠동아DB
LG 히메네스. 스포츠동아DB
시즌 초반 LG 루이스 히메네스(28·사진)의 홈런레이스가 심상치 않다. 그는 26일까지 18경기에 나서 9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2경기당 하나씩 아치를 그리고 있다. 단순히 홈런만 많이 치는 게 아니다. 타율 0.343(67타수 23안타), 18 타점, 16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장타율이 무려 0.791에 달하고, 출루율도 0.408로 빼어나다. 물론 지난 시즌에도 70경기에서 타율 0.312, 11홈런, 46타점, 37득점을 올리며 나쁘진 않았지만, 올 시즌 장타력과 영양가면에서 한층 성장했다. 히메네스가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난 데는 LG 양상문 감독의 ‘역발상’이 한 몫을 했다.

홈런치지 마라!

양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히메네스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 바로 ‘홈런을 치지 마라’였다. 외국인타자이자 팀의 중심타자에게 누구나 한 방을 기대한다. 그러나 양 감독은 아니었다. 히메네스에게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 “홈런을 치려고 하지 마라”며 몇 번이고 강조했다. 이유가 있다. 양 감독은 “히메네스가 지난해 시즌 중반 잭 한나한의 대체용병으로 온 탓인지 뭔가 보여주려고 크게만 치려고 했다”며 “원래 중장거리 타자인데 홈런을 치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커졌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잠실구장에서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30홈런을 넘기기 어렵다. 잠실에서는 2루타, 3루타를 치고 홈런은 다른 구장에 가서 치면 된다고 얘기해줬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의 바람(?)과 달리 히메네스는 벌써 잠실구장에서만 4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대전이 2개, 문학이 2개, 고척돔이 1개였다. 양 감독은 “잠실에서 홈런치지 말라니까 자꾸 홈런을 친다. 대전도 작은 구장이 아닌데…”라며 짐짓 흐뭇해하고는 “홈런이 라이너성타구로 넘어간다. 스윙도 간결하고 타구 질이 좋다”며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 히메네스? NO! 우리 루츠!

양 감독은 히메네스를 ‘히메네스’라고 부르지 않는다. 애칭인 ‘루츠’로 늘 언급한다. 이뿐 아니다. 외국인선수들을 가능한 자유롭게 놔두는 여느 감독들과 달리 양 감독은 적극적으로 히메네스에게 다가갔다. 물론 자신이 조언을 구하러 오기 전까지는 조언을 하지 않는 미국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다. 히메네스의 루틴도 존중하고 있다. 그러나 고민이 있어 보이면 스스럼없이 다가가 대화를 시도한다. 지난해 히메네스를 2군에 내려 보낼 때도 면담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그를 이해시키려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돈을 받았으니 못 하면 내쫓는 외국인선수가 아닌 LG라는 팀의 일원으로 감싸 안으려고 한 것이다. 양 감독이 먼저 손을 내밀자 히메네스도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히메네스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청해 잭 한나한 인스트럭터와 2군 훈련장인 이천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할 정도로 열정을 드러냈다. 동료 선수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라커룸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 중이다. 자신의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파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올해는 야구까지 잘 하니 LG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복덩이’가 따로 없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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