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의 9경기연속무패’ 주목받지 못한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6일 05시 45분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 스포츠동아DB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 스포츠동아DB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애들이 안쓰러워요.”

수원삼성 관계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다. 사실 그렇다. 비슷한 성과를 내더라도, 또는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주변에선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따와 ‘레알’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화려했던 선수단, 숱하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닌 터라 수원의 1패는 시·도민구단들의 같은 1패보다 훨씬 크게 다가온다. ‘몰락한 부자’가 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많은 팬들과 축구인들은 여전히 수원의 과거를 떠올리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의 생각도 비슷했다. 24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7라운드 광주FC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그는 “우리는 연속무패행진조차 조명을 받지 못한다”며 조금은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수원은 1-1 무승부로 끝난 광주전까지 올 시즌 클래식에서 1승5무1패(승점 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G조)에서 1승3무1패(승점 6)를 기록 중이다. 클래식과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최근 9경기연속무패(2승7무)다.

그럼에도 제대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서 들이대는 판단의 잣대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수원 주장 염기훈, 베테랑 수비수 곽희주는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모두가 짊어진 무게”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잘해야 본전’인 부담감이 크다.

그래도 희망적 요소들은 많다. 우선 경기력이다. 팀 전체로 보면 지난해보다 경기당 5km 이상 더 뛰고, 패스 성공률은 10% 가량 향상됐다. 여기에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영건들도 든든하다. 핵심 자원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줄줄이 이탈하는데도 상응하는 전력보강은 없는 현실에서도 꾸준히 명성과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살림살이가 어렵다보니 시작한 일이 힘이 됐다. 조금씩 기회를 부여한 유스 출신의 영건들이 잘 컸다”는 서 감독은 “‘얘도, 쟤도 잘 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많이 이기지 못해도) 오히려 단단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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