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실력만이 기용 원칙’ 쇼월터 김현수 행운일까? 악연일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30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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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김병현 마무리 파격발탁했던 쇼월터
윤석민 트리플A 고전땐 철저한 외면
단장 영입 김현수도 8안타 선수일 뿐


벅 쇼월터(60)는 김현수(28)가 몸담고 있는 볼티모어의 감독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40승을 거둔 명장이다. 현역 감독 중 3위, 역대 사령탑 중에선 31위다. 쇼월터 감독은 단장이 팀 운영의 전권을 쥔 메이저리그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영역을 갖고 있는 사령탑이다. ‘선수기용에선 실력이 유일한 원칙’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자신을 고용한 단장이 의욕적으로 영입을 추진해 대형 계약을 한 선수를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은 다르다. 그래서 종종 마찰을 빚기도 했다. 쇼월터 감독은 1998년 애리조나의 창단 사령탑을 맡아 단기간에 안정적인 선수 육성과 팜 시스템 정착에 공을 들였다. 한국에서 온 작은 체격의 사이드암 투수 김병현을 마무리로 발탁하는 파격적 결정을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구단 프런트와 스카우트 출신인 대니얼 김 SPOTV 해설위원은 “쇼월터에게는 슈퍼스타의 명성도, 메이저리그 경력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편애하는 선수도 없다. 인종도, 이름도, 경력도 보지 않는다. 오직 실력뿐이다”고 말했다. 쇼월터 감독의 존재는 김현수가 볼티모어에 입단했을 때 대단한 행운처럼 평가됐다. 실력과 가능성만 보여준다면 큰 믿음과 함께 빅리그 안착을 도울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현수에 대해 “우리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사회 특유의 립 서비스는 없었다. 쇼월터에게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44타수 8안타(타율 0.182) 2타점에 OPS 0.411을 기록 중인 타자일 뿐이다.

미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댄 듀켓 볼티모어 단장은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트리플A에서 진가를 발휘하면 쇼월터 감독이 팀 상황에 따라 메이저리그로 호출해 기용하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는 듯하다. 만약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강등을 거부하면 현 상황에선 들쭉날쭉한 최소한의 출장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2014년 2월 윤석민(30·KIA)이 볼티모어에 입단하자 듀켓 단장은 취재진에게 KBO리그의 뛰어난 성적과 국제대회에서의 활약을 매우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은 역시 립 서비스조차 하지 않았다. “보직은 결정되지 않았다. 훈련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짧은 코멘트뿐이었다. 그리고 윤석민이 그해 트리플A에서 고전하자 철저히 외면했고, 2015년 스프링캠프에도 부르지 않았다. 김현수가 처한 냉정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사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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