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다 내려놓고 도전만 하는 셈”…스프링캠프에 명운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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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전만 하는 셈이다.”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입단 계약을 맺은 이대호(34)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가 어렵게 소속 팀을 찾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당장 개막전 로스터 명단 진입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최근 메이저리그로 간 한국 선수 중 계약 조건이 가장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4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에 따르면 이대호는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40인 로스터에도 들지 못한 이대호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한다. 스프링캠프를 지켜본 뒤 메이저리그에 합류시킬지 말지를 구단이 정하겠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초청선수가 개막전 로스터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의 사례로 보면 팀 별로 1,2명 정도의 초청선수만이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2003년 시즌을 마친 뒤 빅 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승엽이 LA 다저스와 계약을 하지 못한 것도 이대호처럼 마이너리그 계약에 스프링캠프의 초청 선수 조건 때문이었다.

박찬호는 2008년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뒤 시즌 초 메이저리그에 합류했지만 지금의 이대호와는 상황이 다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경험과 이름값을 쌓아둔 박찬호와 달리 이대호의 한국, 일본 무대 경험은 그들에게 참고만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스프링캠프에서 초청선수의 평가보다는 주전 선수의 실력을 점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따라서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초청선수는 짐을 싸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니얼 김 SPOTV 해설위원은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초청선수간의 전쟁이 벌어진다”며 “이대호도 모든 타석을 월드시리즈 7차전 경기라고 생각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호 측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구분하지 않고 인센티브 포함 최대 보장 금액 400만 달러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 중 실제 연봉은 약 100만 달러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초청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LA 다저스의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찬 저스틴 터너도 당시 1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그나마도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야만 연봉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선수 연봉을 10개월에 걸쳐 2주에 한번 씩 나눠 준다. 메이저리그 입성이 늦어질수록 연봉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막전 로스터에 들었다고 해서 과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시애틀에서 이대호가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1루수나 지명타자다. 그런데 시애틀에는 이미 애덤 린드(33)와 넬슨 크루즈(36)라는 확실한 1루수와 지명타자가 있다. 따라서 이대호는 시즌 초 주전 경쟁보다는 백업 경쟁부터 벌여야할 처지다.

강홍구 기자windup@donga.com·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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