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에서 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현대건설이 심상치 않다.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다. 균열의 조짐은 1월 11일 도로공사전부터 엿보였다. 세트스코어 0-3 완패를 당했다. 이때만 해도 일시적 충격일 줄 알았다. 그러나 1주일 후인 1월 18일 IBK기업은행에 또 다시 세트스코어 0-3으로 무너졌다. 1위 자리마저 IBK기업은행에 내줘 아픔이 더했다.
1월 27일 흥국생명을 맞아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해 반전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당시 흥국생명 외국인선수 테일러가 결장했는데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더니 1일 대전에서 최하위 KGC인삼공사에마저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다. 현대건설은 인삼공사를 상대로 4라운드까지는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는데, 이날 시즌 5번째 맞대결에선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 직후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인삼공사 수비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4경기 연속으로 현대건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 대해 배구계에선 ‘양효진(사진) 시프트’를 이유로 꼽고 있다. 여자배구 최고의 센터인 양효진(27)의 높이에서 나오는 블로킹과 중앙공격은 현대건설의 핵심 득점 루트다. 그런데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상대팀들이 역으로 이 지점에서 현대건설의 ‘급소’를 발견했다.
한 배구 전문가는 “양효진이 전위에 설 때 상대팀은 서브를 현대건설 외국인선수 에밀리에게 집중한다. 후위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다. 게다가 현대건설은 양 사이드 공격력이 약한 팀이다. 이러니 양효진의 의존도가 더 커지게 되고, 상대팀들은 이에 맞춰 블로킹 벽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삼공사 이성희 감독도 1일 경기 후 “양효진을 겨냥해 센터에 키 큰 선수를 세웠는데 주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도로공사가 최초로 이 ‘시프트’를 성공시킨 뒤 모든 팀이 따라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대건설이 갑자기 양효진의 비중을 줄일 순 없다. 현대건설은 상대적으로 양 사이드의 화력과 수비력이 떨어지는 팀이다. 양 감독은 1일 염혜선-이다영의 더블 세터를 가동해 상대의 시프트를 뚫어보려 했으나 효과를 보진 못했다. 향후 현대건설이 ‘양효진 시프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포스트시즌에서 성패를 가를 변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