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철 기자의 파넨카 킥]유럽 부자구단들 떨게 하는 풋볼리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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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본떠 만든 폭로사이트
스타계약서-3자 소유권 규정 등… 구단들 감추고 있는 정보공개 파문
구단 관계자 “다음차례 내가 아니길”

최근 유럽 부자 축구 구단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는 웹사이트가 있다. 과거 미국 외교문서를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위키리크스’를 본떠 지난해 9월 만들어진 ‘풋볼리크스(Football Leaks)’다. 이 사이트는 잉글랜드 스페인 등에서 활약 중인 스타 선수들의 비공개 계약서를 잇따라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유럽 구단의 관계자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폭로가 내 차례가 아니길 바랄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레알)는 풋볼리크스가 공개한 개러스 베일의 이적 계약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계약서에 따르면 베일의 이적료는 1억75만9417유로(약 1325억 원)로 그동안 세계 최고액으로 알려졌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의 이적료(약 1254억 원)를 뛰어넘는다. 베일의 이적료 액수가 호날두보다 낮다고 주장해 온 레알 구단의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다. 레알 팬들은 이번 사태로 에이스 호날두가 자존심이 상해 이적을 결심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베일의 에이전트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사법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분노했다.

풋볼리크스 대표는 뉴욕타임스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축구 이적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3자 소유권’ 금지가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3자 소유권은 이적료에 대한 지분을 구단이 아닌 에이전트나 투자업체가 나눠 갖는 관행을 뜻한다. 선수를 투기 대상으로 다루는 3자의 개입은 불필요한 추가 요금을 발생시켜 이적료를 부풀리고, 선수 개인의 자유로운 팀 선택을 방해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또 이적료 일부를 금융업체나 개인이 가져가면 축구에 재투자될 자금이 유출돼 축구산업에는 그만큼 손해다. 이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해 3자 소유권을 폐지했다.

그러나 브라질 등 남미에서는 FIFA의 감시를 피해 선수 지분을 쪼개는 관행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풋볼리크스는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의 급여, 이적 사항 등의 정보 공개는 금기시되고 있다. 축구계에는 새로운 이적 시스템, 에이전트와 선수 후원자들의 활동에 대한 제한 등이 담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풋볼리크스는 네덜란드 프로축구 트벤테가 3자 소유권 규정을 어긴 정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이후 네덜란드 축구협회는 트벤테에 대한 조사를 거쳐 3년간 유럽 대항전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풋볼리크스는 300GB(기가바이트)가 넘는 선수 이적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자료 검토 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풋볼리크스의 폭로로 피해를 본 에이전트 업체 등은 “풋볼리크스가 사이버 공격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고, 문서 공개를 빌미로 돈을 받아내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풋볼리크스는 “우리는 해커가 아니다. (계약서 공개로) 많은 협박을 받고 있지만 멈추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FIFA는 풋볼리크스의 활동에 대해 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FIFA 관계자는 “(풋볼리크스의 자료가) 매우 유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신뢰할 만한 자료를 받는다면 매우 좋겠지만 그것이 풋볼리크스의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풋볼리크스가 베일에 싸여 있는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의 투명성 확보에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풋볼리스크#부자구단#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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