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비키니]고졸 →ML 노크 ‘잔혹사’ 끊어야 하지만…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입력 2015-08-18 03:00수정 2015-08-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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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고 권광민, 컵스와 계약했지만 2006년 남윤희 이후 23명 모두 좌절
日은 이런 한국상황 자료로 만들어 2012년 ML행 고집 오타니 설득
“한국서 인정받고 가는게 현실적”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이 미국 무대로 가겠다는 오타니 쇼헤이에게 구애하는 과정에서 만든 자료. 한국에서 손꼽히던 고졸 선수들도 메이저리그 도전에 실패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니혼햄 홈페이지 캡처
‘23분의 0.’

신일고 남윤희(개명 전 남윤성·28)가 2006년 텍사스와 계약한 이후 10년 동안 미국에 진출한 한국 고졸 선수들의 성적표다. 23명이 태평양을 건넜지만 17일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부터 메이저리거가 꿈이었던 저는 자신이 있습니다. 3년 안에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겠습니다.”

계약금 120만 달러(약 14억1960만 원)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장충고 외야수 권광민(18)은 이날 서울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23명이 실패했는데 ‘나는 이렇게 다르다’는 점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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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위버 컵스 국제스카우트 총괄은 같은 자리에서 “권광민이 왜 이들 중 첫 번째 메이저리거가 되면 안 되느냐”라며 “권광민은 타격, 파워, 빠른 발, 수비, 강한 어깨 등 5툴(tool)을 모두 갖춘 선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2015개 안타를 기록한) 폴 오닐(52) 같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민규 컵스 환태평양담당 스카우트도 거들었다. 그는 “계약금 100만 달러를 넘게 받은 한국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 가지 못한 건 권윤민(36) 한 명뿐”이라며 “미국 무대서 한국 고졸 선수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건 편견일 뿐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1군에서 성공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잘못됐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서 계약금으로 116만 달러(약 13억7228만 원)를 받은 야탑고 박효준(19)은 아직 성패를 논하기에 이르니 제외. 그 대신 2010년 계약금 120만 달러를 받은 덕수고 김진영(23)은 실패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2012년 이후 마이너리그 등판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덕수고 야구부 관계자는 “김진영이 아버지 간병 때문에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권윤민과 김진영 모두 컵스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던 선수다.

한국 고졸 선수들의 이런 실패 릴레이는 일본 프로야구 구단에서 이용할 정도가 됐다. 니혼햄은 2012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집하는 오타니 쇼헤이(21)를 영입하려고 ‘꿈으로 가는 이정표’라는 자료를 만들었다. 니혼햄은 이 자료에 한국 선수들의 실패 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1차 지명을 거부하고 미국행을 선택한 남윤희보다 프로야구 생활을 거치고 미국으로 진출한 류현진(28·LA 다저스)이 훨씬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어차피 메이저리그에 갈 테니 지명권을 낭비하지 말라”던 오타니도 이 자료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니혼햄은 여기에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도록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오타니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로 11승 3패에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하면서 타석에서도 홈런 5개를 쳐 내고 있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그’라는 다섯 글자가 학생 선수들에게 주는 설렘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2008년부터 마이너리거 생활을 하다 2012년 방출된 끝에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에 둥지를 튼 kt 김재윤(25)은 “다시 휘문고 3학년 때로 돌아가도 태평양을 건널 것”이라며 “미국에서 다양한 야구를 경험하고 배운 것만으로도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를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동료들과 빨리 친해지는 거다. 내가 그걸 못 해 돌아왔다. 권광민에게 무엇보다 빨리 영어를 배우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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