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임경완, 호주리그서 새 야구인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8월 18일 05시 45분


한화에서 방출된 베테랑 투수 임경완이 호주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구대성이 뛰고 있는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현역을 연장하면서 미래를 고민할 생각이다. 사진제공|한화이글스
한화에서 방출된 베테랑 투수 임경완이 호주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구대성이 뛰고 있는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현역을 연장하면서 미래를 고민할 생각이다. 사진제공|한화이글스
한화 방출 이후 시드니 블루삭스 새둥지
“운동한 것이 아까워서 은퇴 못하겠더라”


불혹의 나이 40세에 임경완은 직장을 잃었다. 1998년 롯데에 입단한 이후 18시즌(554경기)을 던진 베테랑 투수가, 2011년 11월 3년 총액 11억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SK에 영입된 투수가, 졸지에 강제은퇴 위기에 몰렸다. SK에서 풀린 뒤 갈 데가 없던 그를 받아준 한화마저도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자 7월 23일 웨이버 공시를 했다. 이미 보류선수 65명을 꽉 채운 한화로선 임경완을 기다려주기보다는 다른 선수를 쓰는 편이 나았던 것이다. 한화에서 방출된 그를 어떤 팀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잊혀져가는 줄 알았던 임경완이 17일 뜻밖의 소식을 전해왔다. “호주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는 희망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임경완은 모교 인하대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우리와 반대인 호주리그가 11월 개막해 내년 2월까지 열리는 데 대비해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그는 “한화에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1군에서 1경기도 불러주지 않았다. 그동안 운동한 것이 아까워 은퇴를 못하겠더라”며 웃었다.

웨이버 공시 기간 중 고향 부산에 내려가 가족과 진로를 상의했다. 솔직히 막막했다. 설마 했는데 어떤 팀도 그를 찾지 않았다. 이 상황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그에게 구원처럼 들렸다. 김현수 스포스타즈 실장은 SK 홍보팀에서 일할 때 소속팀 선수였던 임경완과 친분을 쌓았다. 그 인연 덕에 김 실장은 “호주 시드니 블루삭스 팀에서 뛰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고, 임경완은 고심 끝에 수락했다. “집사람은 반대했다. 그러나 나는 현역을 더 하고 싶었다. 팔이 아플 때까지 던지고 싶은데 지금 난 괜찮다.”

최소 내년 2월까지 임경완은 홀로 호주에 머문다. 거기서 정착한 다음 부인과 아이들을 부를 예정이다. 롯데 시절 스프링캠프 때 들른 것 말고는 호주에 아는 사람도 없고, 영어도 서툴다. 받는 돈도 주급 수준이라 한국에서 벌어놓은 돈을 까먹어야 할 형편이다. 그럼에도 그는 어딘가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공을 던질 수 있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호주에서 현역 연장뿐 아니라 미래 설계까지 고민하고 있다. 영어도 공부할 것이고, 사회생활도 처음부터 배울 각오다. 언젠가 그의 이런 경험을 필요로 하면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시드니 블루삭스에는 선배 구대성(46)도 있다. 임경완은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데 가면 친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불혹의 나이에 그는 다시 출발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