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삼성농구 경기력 167cm… 185cm까지 성장시킬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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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2014 시즌 꼴찌 이상민 감독

프로농구 삼성의 이상민 감독(뒤)과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합류한 리카르도 라틀리프(오른쪽), 주희정이 13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 내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감독은 라틀리프와 주희정에게 각각 ‘팀 승리의 주연’과 ‘군기 반장’ 역할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프로농구 삼성의 이상민 감독(뒤)과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합류한 리카르도 라틀리프(오른쪽), 주희정이 13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 내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감독은 라틀리프와 주희정에게 각각 ‘팀 승리의 주연’과 ‘군기 반장’ 역할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프로농구 삼성의 키는 ‘167cm’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 반드시 ‘185cm’까지 키울 겁니다.”

13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프로농구 삼성의 이상민 감독(43)은 “현재 삼성 선수들의 경기력을 키로 비교해 달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자신의 눈높이에서 선수들을 볼 때 부족한 점이 많지만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이들을 정상급 선수로 성장시켜 보겠다는 얘기였다. 이 감독도 일찍부터 명성을 떨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홍익대사범대부속고 1학년 때 키가 172cm밖에 되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키 크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음식을 먹는 등 노력 끝에 고교 졸업반 때 182cm까지 성장했고, 동국대총장배 대회 우승(1990년)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다. 이 감독은 “사실 내 목표는 185cm까지 자라는 것이었다”면서 “나는 실패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기량을 빠르게 발전시켜 내 ‘희망 신장’까지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2016시즌을 준비 중인 이 감독은 “선수 때는 늘 목표를 높게 잡았다. 그런데 지금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몽 같은 사령탑 데뷔 시즌을 보낸 탓인지 2년 차 감독의 포부는 조심스러웠다. 선수시절 9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하는 등 프로농구 최고의 별이었던 이 감독이지만 감독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2014∼2015시즌)에 10개 구단 중 최하위(11승 43패)의 수모를 겪었다. 그는 “선수 때도 그렇게 많이 패한 적은 없다”며 아쉬워했다.

비시즌 기간에 삼성은 모비스의 3시즌 연속 우승을 이끈 리카르도 라틀리프(26)와 문태영(37), SK의 노련한 가드 주희정(38)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는 주위의 평가에 이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퍼즐 맞추기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정상급 선수를 데려와도 조직력이 허술하면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감독은 라틀리프와 주희정에게 각각 ‘팀 승리의 주연’과 ‘군기 반장’이 되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는 “모비스에서 라틀리프는 함지훈 등 노련한 동료의 도움을 받았지만 삼성 선수들은 어리기 때문에 기복이 있다. 스스로 팀 승리의 주연이 돼야 한다. 고참 주희정은 SK에서처럼 후배들을 잘 이끌어줘야 한다”고 했다. 주희정은 후배들과 주 4회 자체 야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라틀리프는 “모비스에서도 함지훈이 부상당하면 내가 팀의 중심을 잡았다”며 웃었다.

라틀리프와 문태영은 지난 시즌까지 이 감독의 은사인 ‘만수(萬手)’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데리고 있던 선수들이다. 이 감독은 연세대 시절에 코치인 유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이 감독은 “유 감독님께서 두 선수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시면서 ‘잘 활용해 봐라’고 하셨다. 또 ‘나도 사령탑 초기 힘든 시절을 견뎌내며 농구 색깔을 찾았다’며 ‘주위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이상민 감독만의 농구를 찾아라’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에게 유 감독은 이번 시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삼성은 모비스에 특정 팀 상대 최다 연패인 ‘20연패’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라틀리프 등을 앞세워 반드시 모비스를 꺾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1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2015 농구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65-87로 졌다. 삼성은 라틀리프(19득점)와 문태영(15득점)이 활약했지만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 시간이 짧았던 탓에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여기에 계속 약점으로 지적되던 가드진의 부진이 겹치면서 큰 점수차로 졌다. 이 감독의 퍼즐 맞추기는 계속되고 있다.

용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삼성#이상민#주희정#리카르도 라틀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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