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우 과장(38)은 7년째 열애 중이다. ‘노총각’ 소리를 듣는 것이 익숙하지만 서둘러 턱시도를 맞출 생각은 없다. 한국배구연명(KOVO)에서 일하는 그의 오래된 연인은 프로배구다.
이 과장은 지난해부터 아예 ‘팔불출’이 됐다. 프로배구가 얼마나 멋진 연애 상대인지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기 바빴던 것. 경기운영팀에서 홍보마케팅팀으로 부서를 옮기며 생긴 변화다. 그것도 그저 입으로만 떠드는 게 아니었다. 인포그래픽과 영상을 이용한 콘텐츠 ‘이슈&포커스’를 가지고 스토리 있는 배구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프로배구는 지난 시즌 처음으로 총 관중 50만 명을 돌파하며 이 과장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런 이 과장에게 뜻밖의 어려움이 찾아왔다. 지금껏 튼튼하던 다리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개막을 앞두고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통풍 증상이 찾아온 것이다. 약 없이는 걷기도 힘든 이 과장이지만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이 과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의 힘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 안 된다고 생각하면 진짜 안 된다”며 “선수들이 코트에서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덕분에 대회는 지금까지 성공적이다. 총 3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청주실내체육관을 나흘 동안 찾은 관중은 총 1만1000여 명.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청주야구장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 한화가 경기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적표다.
이 과장은 “프로배구가 청주에서 첫 선을 보이는 만큼 꼭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일이 바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소개팅을 거절하지는 않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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