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감독 “수원의 포지션 파괴? 궁여지책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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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전반기 2위 마친 서정원 감독

서정원 수원 감독이 경기 화성시에 있는 구단 클럽하우스 로비에 진열된 우승 트로피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감독이 된 뒤로 진열대에 추가한 우승 트로피가 아직 없다”며 “올해는 꼭 하나 가져다 놓고 싶다” 고 말했다. 화성=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정원 수원 감독이 경기 화성시에 있는 구단 클럽하우스 로비에 진열된 우승 트로피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감독이 된 뒤로 진열대에 추가한 우승 트로피가 아직 없다”며 “올해는 꼭 하나 가져다 놓고 싶다” 고 말했다. 화성=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로테이션 기용요? 어쩔 수 없는 돌려 막기라 보면 됩니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서정원 감독(45). 그는 자신의 선수 기용에 대해 “형편이 궁한 끝에 짜낸 대안”이라고 했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일부에선 ‘실험적 선수 기용’이라는 속 터지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로테이션 기용이란 몇몇 선수를 원래 포지션이 아닌 다른 자리에서 뛰게 하는 것. 지난달 21일 전북전과 27일 서울전에서 수원의 염기훈(32)은 오른쪽 날개로 뛰었다.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는 염기훈의 원래 포지션은 왼쪽 날개. 염기훈이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비우게 된 왼쪽 날개 자리는 왼쪽 풀백 홍철(25)이 메웠다. 이런 식으로 포지션 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필드 플레이어의 절반가량이 자신의 원래 자리가 아닌 곳에서 뛰는 날도 있다.

“한 포지션에 주전급이 최소한 두 명은 돼야 하는데…. 선수가 없어요. 선수들 체력 안배를 하다 보면 로테이션 기용을 할 수밖에 없죠.” 시민구단도 아니고 수원에 선수가 없다는 서 감독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리그 클래식 팀들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낸 등록선수 현황을 보면 수원은 신인 4명을 포함해 32명. 전북(36명), 울산(35명), 서울(34명), 포항(33명) 등 구단 살림이 비교적 넉넉하다는 팀들 중 제일 적다. 서 감독은 “앞으로 기훈이가 최전방 공격수로 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스트라이커 정대세(31)가 12일 부산전을 끝으로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시미즈 S펄스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구단의 재정 지원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도 있고, 당장 눈앞의 성적을 위해 몸값 비싼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선수를 자체 육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지금의 사정을 설명했다. 수원에는 유소년팀인 매탄고 출신이 7명이나 된다.

이런 중에도 수원은 전반기를 승점 40으로 전북(승점 47)에 이어 2위로 마쳤다. “지원이 예전만 못한데 성적이 계속 좋으면 구단은 지원을 늘릴 생각을 안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서 감독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긴 하죠. 그래도 운동하는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습니까. 사정이 어떻든 잘하고 싶은 욕심뿐이죠.”

서 감독은 어느 해보다 올 시즌에 욕심을 내고 있다. 그는 수원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인 2013년에 5위를, 지난해에는 2위를 했다. “작년에 우승을 놓쳤으니 올해 더 욕심이 나죠. 쉽지 않겠지만 전북과의 맞대결도 2번 남았으니 (역전 우승을) 한번 노려 봐야죠.”

서 감독은 수원에서 선수로 뛰는 동안(1999∼2004년) 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아시안클럽챔피언십 우승 2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원 사령탑이 된 뒤로 아직 구단에 안긴 우승 트로피가 없다. “올해는 팀 창단 20주년이라 우승하면 의미가 더 클 것 같습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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