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점차는 금방 따라잡힌다? 9회 역전 확률 0.41%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8일 05시 45분


사진|스포츠동아DB
사진|스포츠동아DB
■ 9회말 5점차 리드, 과연 위험할까?

김성근 감독, 23일 kt전 9회 투수 2명 교체 논란
9회 5점차 역전, 최근 3시즌 489경기 중 2차례
투수의 실전감각 유지 차원? 상대팀에겐 굴욕감

“5점차는 금방 따라잡힌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23일 수원 kt전에서 6-1로 앞선 9회말 투수 3명을 기용한 것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9회말 단 1이닝, 아웃카운트 3개가 남았지만 5점차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투수 3명을 기용했다는 얘기다.

열성 팬들에게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 감독은 1984년부터 프로야구 사령탑을 맡았다. 중간 중간 몇 차례 공백을 빼도 올해를 포함해 무려 21시즌 동안 감독으로 재임하고 있는 최고의 야구 전문가이기에 김 감독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데이터도 김 감독의 주장을 뒷받침할까.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다. 2사 1·3루 역전 찬스에서 그날 타격감이 좋은 9번타자를 빼고 대타를 기용하는 것도 성공 확률을 더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특히 김 감독은 방대한 데이터를 능수능란하게 실전에 적용하는 달인이다. 최고의 베테랑 감독이 작은 틈도 허용하지 않으려고 9회 굳히기 투수 기용을 즐기면서, 다른 감독들도 최근 큰 점수차로 앞선 9회 잦은 투수 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2012년 9월 12일 SK 이만수 감독은 잠실 LG전에서 3-0으로 앞선 9회말 2차례 투수를 교체했다. 당시 LG 김기태 감독(현 KIA)은 비교적 적은 점수차라고 볼 수 있는 3점차였음에도 “우리 팀을 갖고 장난치는 것 같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9회 승부가 기울어진 가운데 투수 교체는 상대팀에 대한 자극이자, 매너 실종일뿐더러 경기시간 지연 등이라고 해서 금기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9회 5점차 역전은 최근 3시즌 489경기 중 단 2번!

과연 김성근 감독의 우려처럼 9회 5점차 역전은 자주 일어나고, 그만큼 경계해야 하는 수준일까.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2013시즌 576경기,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2014시즌 576경기, 그리고 올 시즌 치른 228경기(5월 26일까지)에서 9회 5점차(이상)로 뒤지다가 최종 역전승을 거둔 사례가 몇 차례나 있었는지 의뢰했다. 결과는 총 1380경기 중 489번 5점차 상황에서 9회를 맞았고, 그중 5점차를 뒤집은 경우는 고작 2차례뿐이었다. 확률로 계산하면 0.41%다.

최근 1380경기 중 9회 5점차가 뒤집힌 경기는 2013년 9월 12일 두산-SK전과 2014년 5월 4일 KIA-넥센전이다. 모두 7-2 상황에서 9회가 시작됐고 각각 두산과 KIA가 최종 9-7, 8-7로 역전승을 거뒀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투수를 3명이나 쓰면서, 또 상대팀 덕아웃과 감정대립을 감수하면서까지 걱정해야 할 수준인지는 각자 판단의 몫이다.

● 9회 4점차로 확대해도 확률은 0

9회 5점차 역전 사례가 워낙 적어 범위를 4점차(이상)로 확대했지만, 결과는 5점차를 포함해 총 658경기에서 6번이었다. 4점차 역전은 올 시즌 2차례 있었는데, 모두 불펜이 약한 롯데의 패배였다. 658경기 중 6차례면 0.91%의 확률에 불과하다. 이마저 걱정해 마운드를 운영한다면 극도의 완벽주의자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일부 감독들은 9회 큰 점수차 투수 교체에 대해 “투수의 실전감각 유지 차원”이라고 해명한다. 4월 21일 LG 양상문 감독은 한화에 10-0으로 앞선 9회초 2사 후 투수를 이동현으로 교체했고, 경기 종료 후 “이동현의 실전 투구가 매우 부족해 9회 무조건 투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역전패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장기 레이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역시 상대팀과의 갈등 등은 감독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순식간에 테스트 상대가 된 상대팀은 큰 굴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