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이호준 “300홈런까지 12개? 난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4일 05시 45분


NC 이호준의 시계가 거꾸로 흐르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기량으로 시즌 초반 NC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NC 이호준의 시계가 거꾸로 흐르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기량으로 시즌 초반 NC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NC 이호준

두 가지 타격폼으로 약점 극복…노력이 살 길
불혹? 비거리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자신
은퇴 전까지 NC 팀 컬러 만들어 주고 가겠다

NC 지명타자 이호준(39)은 1976년 2월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40세다. 이호준을 두고 스카이스포츠 이효봉 해설위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이호준은 2013년 20홈런, 2014년 23홈런을 쳤다. 2005년(21홈런) 이후 7년의 공백을 뚫고 이뤄진 일이다. 올해 벌써 이호준은 3홈런이다. 올해도 20홈런을 넘기면 39세 이후에 3년 연속 20홈런을 친 KBO리그의 첫 타자가 될 것이다. 타자의 홈런 사이클이 나이를 먹는데도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니 믿기 힘들다.” 그 나이에 이런 성적을 낸다는 것은 무언가 ‘비범함’이 깃들어 있다는 뜻일 터.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인생은 이호준처럼’, ‘로또준’ 등 천운을 타고난 것처럼 치부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이호준은 노력가다. 그리고 치열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선수다.

● 희생번트 대는 타점머신

-NC가 시즌 초반 잘 나간다. 저평가한 전문가들이 놀라겠다.

“용병투수 1명(웨버) 빠지고, 부상선수(원종현)가 나와도 팀은 동요하지 않았다.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전문가는 우리가 8위를 할 것이라고 했다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 잘 되고 있는 것인가?

“늘 했던 것을 잊지 않는다. 경기에 이기든 지든 NC는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전력을 다한다. 지면 또 다음날 전력을 다한다. 김경문 감독님이 팀을 처음 만들 때부터 강조했던 내용이라 전 선수들이 잘 기억하고 있다. 초심에 소홀하면 그냥 넘길 감독님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최고의 스타트 같다.

“이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 (페이스가) 떨어지나 보다.(웃음). ‘올해는 되겠다’는 안이한 마음이 드니까 바로 떨어지더라. 이게 야구인가보다.”

-특히 타점 페이스(11경기 18타점)가 좋다.

“앞에 테임즈가 주자로 1루에 나가면, 내가 2루타를 쳐도 홈에 와주니까 최소 4, 5타점은 더 얻었다. 내 앞에 전부 발이 빠른 타자들이라 도움을 많이 받는다.”

-오버페이스에 대한 걱정은 안 드나?

“오버페이스는 아닌데, 반성하면 장타가 나오니까 요즘 스윙이 좀 커진 것 같다. 홈런을 의식하는 순간 타격감이 사라지더라. 역시 야구는 ‘됐다’ 싶을 때가 위기다.”

-11일 SK전에선 희생번트를 댔다.

“사인이 나왔다. 될 수 있으면 초구에 성공하려고 했다. 실패하면 사인이 복잡해지니까. 번트 연습 많이 했고, 감독님이 1점차 승부면 시키겠다고 말씀을 주셨다. 당연히 작전이 나왔고, 충실히 할 의무가 있다. 내가 번트 대면 덕아웃 분위기가 오른다. 홈런 친 것보다 더 좋아진다.(웃음) 예전처럼 쾅쾅 치는 나이도 지났고, 발도 안 빠르니 땅볼 치면 병살이 된다. 후반에 1점이 필요한 마음을 충분히 읽고 있었다.”

● 두 가지 타격폼으로 40대 전성기를 열다!

-300홈런까지 12개가 남았다.

“300홈런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이상을 생각하고 싶다. 딱 300홈런으로 끝낼 생각은 없다. 중심타자로서 장타를 치고 싶다. 그래서 올해 바꾼 것도 노려치기를 줄이고, 왼쪽으로 타구를 보내려고 연구했다. 그러다보니 바깥쪽이 잘 안 보여 변화구 헛스윙이 늘어나더라. 복합적 타격폼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상대가 아웃코스를 철저히 공략하면 나도 다시 바꿔서 (기존의) 밀어치기로 대응하겠다.”

-두 가지 타격폼이라 쉽지 않을 텐데?

“어쩔 수 없다. 쉽지 않은 건데 상황마다 바꿔야겠다. 바깥쪽 볼 밀어치기는 원래 자신 있으니까. 하려면 될 거는 같다.”

-올해 약점인 몸쪽을 극복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몇 년째 숙제였는데 캠프에서 (답을) 찾고 왔다. 3루쪽 보고 세게 치려 하니까 홈런도 좌중간으로 가고, 선상 2루타도 벌써 2개는 나온 것 같다. 찬스에서 투수들이 병살을 노리고 몸쪽을 공략하는데, 거기를 못 치면 결정적 1점 승부 때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감독님이 나한테 바라는 것이 그 해결이었다.”

-잘 부각되지 않아서 그렇지 정말 노력파 같다.

“KIA 김기태 감독님이 SK 시절 룸메이트였다. 그때, ‘네 타격폼이 몇 개냐’고 묻더라. ‘저는 한 개인데요’ 하니까, ‘한 개 갖고 어떻게 야구를 하냐? 나는 가지고 있는 타격폼만 해도 12가지가 넘는다. 투수 스타일이 언더, 스리쿼터, 오버, 좌완, 변화구 잘 던지는 투수 등 종류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한 가지 타격폼으로 야구를 하냐’고 하더라. 그 말씀을 나이 먹으니 이제 조금 알겠다.”

-나이가 느껴질 때가 있나?

“솔직히 모르겠다. 아직까지 비거리로 누구한테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단, 부상이 오면 회복이 늦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로 유명하다.

“먹는 것부터 신경 쓴다. 나이 먹으면 감기몸살 하나로 야구를 그만둘 수 있다. 빠지면 기다려주는 팀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관리 안 하면 겁이 난다. 단, 내가 직구를 노려왔는데 타이밍이 늦으면 그때가 은퇴시기라고 본다.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고 몸이 못 이기는 것은 대처법이 없기 때문이다.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닌 순간이 오면, 노력은 해보겠지만 그때는 유니폼을 벗겠다.”

● 여기까지 괜히 온 것이 아니다!

-올해부터 주장을 이종욱에게 물려줬다.

“2년간 주장을 했고, 내 나이도 있고. (이)종욱이나 (손)시헌이가 앞에 서고, 난 뒤에서 돕는 것이 맞다. 주장을 하며 나름 신생팀이 어떻게 하면 좋은 팀이 될까 공부도 됐다.”

-‘아빠의 청춘’ 응원가는 어떻게 쓰게 된 건가?

“팀에서 만들어줬다. 처음엔 ‘뭐에요’라고 했는데 호응이 좋더라. 나름 멋진 최신곡을 쓰고 싶었지만, 팬들이 좋아하니까 ‘(그대로) 가자’고 했다. 덕분에 ‘호부지(호준+아버지의 합성어)’란 별명도 생기지 않았나?(웃음) 나중에 알게 됐는데 나쁘지 않은 별명 같다. 집에서도 가장인데 여기서도 가장 대접이니까.”

-마산 생활이 길어져서 가족이 힘들겠다.

“아내와 아이들은 인천 송도에 있다. 주말에 가끔 마산에 온다. 애들이 어떻게 컸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것이 제일 미안하다. 그러나 두 개(야구와 가정)를 다 잘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가정은 와이프에 맡기고 있는데, 이제 중학생인 애들한테 미안하다. 은퇴하면 잘해줘야겠다는 마음뿐이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수식어는 이호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 같다.

“팬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건 하나도 없다. 집사람이나 가까운 사람들은 안다. 밖에선 웃지만 안에 들어오면 고민도 많고…. 집에서 잠 못 자고 이런 날도 많고, 연구도 많이 하고. 나와서 훈련도 많이 한다. 어차피 결과로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름 ‘여기까지 괜히 온 것이 아니다’라는 자부심도 있다. 자신 있게 후배들한테 이야기할 수 있다. 강병철 감독님부터 김성근 감독님, 김경문 감독님까지 훈련도 다 버텼고, 어느 코치님에게도 운동 게을리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그것은 자부할 수 있다.”

-올해 NC는 어디까지 할 것 같나?

“목표는 우승이다. 그 목표를 향해 매 경기 열심히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안에서 편이 나눠지고 감독, 코치, 선수들이 서로 흉보고 이런 일은 내가 NC에 있는 한 일어날 수 없다. 서로 격려하고 감독, 코치님 믿고 야구장에서 야구만 하는 그런 팀이 야구를 잘하더라. 은퇴하기 전까지 NC의 팀 컬러는 고참으로서 마지막까지 만들어주고 가겠다.”

● 이호준은?

▲생년월일=1976년 2월 8일
▲키·몸무게=187cm·98kg(우투우타)
▲출신교=광주중앙초∼충장중∼광주제일고
▲프로 경력=해태(1994년)∼SK(2000년)∼NC(2013년)
▲통산 성적=1737경기 5694타수 1594안타(타율 0.280) 288홈런 1050타점
▲2015년 성적=11경기 43타수 14안타(타율 0.326) 3홈런 18타점
▲2015년 연봉=4억5000만원

마산|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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