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의리 택한 명장 전창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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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봉은 얼마라도 상관없다… 코치-직원 4명도 함께 받아달라”
KGC단장과의 계약협상서 요구

전창진 전 kt 감독(오른쪽)과 김승기 전 kt 수석코치(가운데), 손규완 전 kt 코치는 오랜 세월 한솥밥을 먹으며 농구인생을 함께해왔다.KBL 제공
전창진 전 kt 감독(오른쪽)과 김승기 전 kt 수석코치(가운데), 손규완 전 kt 코치는 오랜 세월 한솥밥을 먹으며 농구인생을 함께해왔다.KBL 제공
“믿고 따라준 사람들을 버리고 혼자 갈 수는 없다. 내 연봉은 초보 감독 수준이라도 상관없으니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전창진 감독)

역대 프로농구 감독들 가운데 최다인 5차례 감독상을 받은 전창진 전 kt 감독(52)은 1999∼2000시즌 삼보(현 동부) 코치 시절 당시 선수로 뛰던 김승기 전 kt 수석코치(43)와 만난 뒤 지금까지 줄곧 한 배를 타고 있다. 전 전 감독은 삼성 프런트 시절 당시 중앙대에 다니던 김승기 전 코치의 스카우트에 관여했던 인연도 있다. 2005∼2006시즌 동부로 이적해 온 손규완 전 kt 코치(41)와도 마찬가지다. 전 감독이 6년 전 kt로 옮길 때 함께 움직였던 두 코치는 최근 kt가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함께 실업자가 됐다.

전 감독은 6일 KGC 인삼공사 단장과 만났다. 전 감독은 이 자리에서 김승기-손규완 코치를 포함해 트레이너와 국제 업무를 담당해 온 직원 2명을 함께 영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대신 자신과 코치 2명의 연봉은 kt에서 받던 것보다 훨씬 적어도 괜찮다는 의사를 전했다. ‘돈보다 의리’를 택하겠다는 것. KGC는 전 감독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구단은 “코치 선임은 어차피 감독의 권한이라 별 문제가 없지만 직원들의 경우 KGC에도 해당 업무를 담당해 온 인력이 있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전 감독, 손 코치와 함께 나흘 동안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10일 돌아온 김승기 코치는 “감독님 혼자 움직였다면 벌써 계약을 마쳤을 텐데 우리까지 챙기느라 당신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감독-코치-선수로 2000년대 중반 동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전 감독과 2명의 코치는 KGC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KGC는 다음 주 초 전 감독에게 계약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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