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장원삼의 인생극장…그 위엔 전설 송진우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9일 05시 45분


장원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장원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류현진 그늘 가려지고 잦은 트레이드 아픔
교과서적 투구로 좌완 역대 2호 100승 달성

12승10패, 방어율 2.85. 매우 준수한 성적이다. 만약 신인이 입단 첫 해 이 같은 기록을 세웠다면 충분히 신인왕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7일 좌완투수로는 역대 2번째로 개인통산 100승을 올린 삼성 장원삼(32)의 2006년 데뷔 당시 성적이다. 그러나 그 해 신인왕은 장원삼이 아니었다. 하늘이 공명과 주유를 함께 낸 것처럼 그 해 한국프로야구에는 류현진(LA 다저스)이 등장했다.

같은 좌완투수였지만 장원삼은 대졸, 류현진은 고졸 신인이라는 차이점이 있었다. 그 해 류현진은 18승6패1세이브, 방어율 2.23, 204탈삼진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당연히 신인왕은 류현진의 몫이었다.

두 좌완투수의 길은 이후 크게 엇갈렸다. 류현진은 팀 성적은 좋지 않아도 한화의 확실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됐고, 구단의 지원 속에 2013시즌 후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장원삼은 ‘투수왕국’으로 한 시절을 풍미한 현대가 배출한 마지막 작품이었다. 2008년 히어로즈가 팀을 인수한 뒤 장원삼은 삼성으로 현금 트레이드됐지만, 타 구단들의 반발로 다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009년 말 히어로즈의 ‘빅 세일’ 때 다시 삼성으로 트레이드돼 오늘에 이르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그가 100승을 올린 직후 “장원삼이 삼성에 참 어렵게 왔다. 그리고 가장 든든한 역할을 해줬다. 가장 교과서적인 폼을 갖고 있는 투수다. 오래 오래 잘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7시즌 동안 98승을 올렸다. 장원삼은 10번째 시즌 첫 경기에서 100승을 신고했다. 여러 역경 속에서도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며 좌완투수로는 역대 2호 100승 투수가 됐다.

이제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장원삼은 “송진우 선배님의 210승은 불가능한 영역이다. 앞으로 10년 이상 10승씩을 올려야 하는데 정말 어려운 기록이다.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기념 공을 갖게 됐다. 진갑용 선배가 챙겨준 이 공을 잘 간직하며 꾸준히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개인 트레이너까지 고용하며 탄탄하게 몸을 만들고 있는 장원삼은 구속을 끌어올리는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서른두 살 왼손투수의 최종 승수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숫자를 넘어선 한 야구선수의 열정에 팬들 또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리란 사실이다.

대구|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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