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프로야구에 열광한 팬이라면 고(故) 김동엽 감독을 ‘빨간 장갑의 마술사’로 기억할 것이다. 이제 프로배구 여자부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도 ‘빨간 넥타이의 마술사’로 불릴 만하다. 중요한 경기마다 빨간 넥타이를 매고 코트에 등장하는 이 감독은 신생팀을 맡아 창단 네 시즌 만에 세 차례나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키는 마술에 성공했다. 그것도 세 시즌 연속이다.
기업은행은 2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현대건설을 3-1(25-21, 25-20, 22-25, 25-19)로 꺾고 2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1차전 승리 때 입었던 셔츠를 빨지도 않고 그대로 입었다. 넥타이도 똑같은 걸 매고 나왔다”며 “스스로 만든 징크스에 얽매이는 것 같지만 오늘 승리로 기분 좋게 징크스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승리 뒤에는 “넥타이는 계속 맬 것이다. 셔츠도 계속 입고 싶지만 여자 팀이라 선수들이 싫어할 것 같다. 대신 깨끗하게 드라이클리닝해서 입고 가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기업은행이 이날 승리하면서 프로배구 출범 이후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100%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징크스도 이어지게 됐다.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1차전 때 패하고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릴까 봐 홍삼 음료수를 돌리면서 ‘힘내자’고 다독였는데 잘 안 통한 모양이다”며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올해를 돌아보며 울지 말자. 내년을 생각하며 웃자’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정규리그 1위 도로공사와 맞붙는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27일 오후 7시 성남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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