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중인 정찬헌(25)과 임지섭(19)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 기술이나 멘탈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다. 그저 웃으라는 한마디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 이유는 각각 달랐다.
● 정찬헌 힘 빼고 던져라!
정찬헌은 파워피처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직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다. 양 감독도 “정찬헌의 직구는 누구도 쉽게 칠 수 없다”고 칭찬할 정도다. 그러나 제구가 불안하다는 약점이 있다. 양 감독은 그런 정찬헌에게 “웃어라”고 했다. 양 감독은 “사람이 웃으면 몸에 힘이 빠진다. 얼굴을 굳히고 있는 것은 몸에 긴장감이 있다는 얘기다”면서 “(정)찬헌이는 공을 던질 때 힘이 너무 들어간다. 거기서 조금만 힘을 빼서 던질 수 있으면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웃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그는 양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였고, 파워포지션부터 들어가던 힘을 조금 빼고 공을 던질 때 힘을 모으는 훈련을 시작했다. 정찬헌은 변화에 긴가민가했지만 22일 불펜피칭을 바라본 심판들이 입을 모아 “공이 좋아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자 확신이 생겼다. 24일 이시가와구장에서 열린 라이브피칭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 임지섭 여유를 가져라!
양 감독은 24일 이시가와구장에서 불펜피칭을 하던 임지섭에게도 웃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찬헌에게 한 말과 의미가 달랐다. 양 감독은 “(임)지섭이의 경우는 내가 표정을 많이 지적한다”며 “투수라면 실수로 원 바운드 공을 던져도 마치 의도한 것처럼 던져야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 (임)지섭이는 공을 잘못 던지면 얼굴에 티가 난다. 그렇게 되면 공을 던지기 전부터 타자에게 지고 들어간다. 그런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웃으라고, 공을 잘못 던져도 여유를 가지라고 말했다”고 했다.
임지섭은 양 감독이 지난해 류택현 투수코치에게 특별히 주문해 2군에서 집중 조련한 투수다.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올해 강력한 선발후보로 부상했다. 양 감독은 그런 그의 노력을 높이 사고는 표정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으며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